“자본주의는 위기를 먹고 산다”…새로운 부를 쫓는 경제위기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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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위기를 먹고 산다”…새로운 부를 쫓는 경제위기의 본질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2.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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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위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만 해도 세계 경제는 위기 속에서 살았다.

공황과 같은 대규모 경제위기는 30년마다 반복되고 이보다 강도가 약한 위기는 7~10년마다 반복된다는 주기설이 등장했을 만큼 자본주의의 역사는 위기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울리케 헤르만(Ulrike Herrmann)의 신간 『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에코리브르)는 20세기에 일어난 자본주의의 위기를 통해 위기의 본질을 탐구한다.

헤르만에 따르면 경제위기는 한 사회가 부유하다는 증명이다. 뭔가가 넘쳐나야만 정기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기는 스스로 발생하지 않고 상부에 앉아있는 금융위기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

금융위기 직전 일정한 기간 동안에는 호황과 더불어 지나친 투기 열풍도 분다. 금융위기는 은행에서 은행으로, 그 이후에는 아무리 건전하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회사로 옮겨간다. 즉 금융위기는 모두를 휩쓸어간다는 데 있다. ‘지불 능력’과 ‘유동성’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매출 같은 실물경제의 붕괴도 초래한다. 그리고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1857년 금융위기와 1929년 대공황에서 이 같은 경제위기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경제위기의 시작과 특징도 다르지 않다. 헤드만은 미국 닉슨 행정부의 브레턴우즈 협정의 파괴와 영국 마거릿 대처와 미국 로널드 레이건의 등장을 현대 위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석유 가격의 폭등이 이어졌으며, 특히 통화주의자이며 화폐량의 신성한 작용을 믿은 폴 볼커는 화폐량을 제한하고 연방의 기준 금리를 20퍼센트까지 올려버렸다.

다시 말해 날뛰는 인플레이션에 갑자기 화폐량이 정체하자 이자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유가증권 투기업자들에게 황금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볼커의 발표 이전까지 채권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투기를 하지 않을 때 저축액을 넣어두는 보수적인 투자처였다. 그러나 이후 채권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가 움직였다. 이자가 오르자 미국에 있는 모든 저축 은행이 파산으로 잇달았다. 결국 미국 은행들은 ‘기한 변환’을 실시했다. 단기간 고객이 맡겨둔 예금액을 장기 모지기로 대부해준 것이다.

이때 미국 의회는 저축은행의 대대적인 파산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이 이자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무엇에든 투기를 할 수 있게끔 허락했다. 문제는 경험이 없던 저축은행들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투자은행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위기의 시작인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하룻밤 사이에 자신들에게 폐쇄돼 있던 거대한 시장을 정복했다. 1980년 미국의 모기지는 12조 달러에 달했다. 저축은행이 갖고 있던 어마어마한 재산이 월스트리트로 넘어간 것이다. 오늘날 경제 위기 시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다.

문제는 금융증권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모기지는 문서 다발이 되었고 부동산은 동산의 성격을 지닌 유가증권이 되어 전 세계로 유포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은행이 채권을 처분하자마자 그에 대한 책임이 없어졌다. 미국의 저축 은행들이 자신의 대부를 월스트리트에 싸게 팔아버리자 월스트리트에서는 저당권을 증서로 채권을 발행했고 마지막에는 이 채권을 결국 저축은행이 되샀다.

여기에 저축은행에 거의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정크 본드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한 의회의 결정은 불을 붙였다. 이후 이 정크 본드에 대한 수요의 폭발적인 인기로 쓰레기 같은 채권이 계속 만들어졌다. 수많은 기업 사냥꾼이 등장한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탐욕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파생상품의 등장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태어났다. 주식시장에서 파생상품의 거래를 허락하자마자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선물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파생상품이 문제인 것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특히 주가의 변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파생 상품을 팔고 수수료만 챙긴 투자은행은 세금을 챙겼다.

투자은행들이 파생상품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10년 미국 경제적 성과의 8퍼센트 이상이었다. 즉 금융시장은 실제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헤르만은 이러한 투기 문화의 결과가 1987년 1월의 위기라고 말한다.

이후 작은 위기들은 주변부인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일어났고 흥청망청하던 월스트리트가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00년이었다.

 

새천년에는 7년 동안 두 번의 붕괴가 일어났다. 2000년 닷컴 거품과 2007년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절차가 또 세계적인 위기를 불러왔다.

헤르만은 자본주의의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규명하기 위해 고대 로마시대부터 유로화 위기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작동 방식을 통해 위기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위기를 만든 것은 그것을 창조해낸 사람들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100년 전 사람들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8세기와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도 늘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서는 탐욕적 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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