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마다 순백의 상고대…‘크고 하얀산’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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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마다 순백의 상고대…‘크고 하얀산’ 태백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12.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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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㊷ 마루금 위로 용트림하는 장엄한 일출…천상계 착각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크리스마스의 반짝이는 불빛 만큼이나 사람의 정이 그리운 연말연시다.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고 누군가를 기억하며 송구영신의 시간에 팬데믹이 참으로 혹독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인간의 오만 때문인지 자연재해인 건지 하여튼 사람들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경고임에는 분명하다.

​자영업을 하는 필자는 갈 곳을 잃을 것 같은 음습함에 이래저래 근심스럽고 시름에 겨운 동짓달이다.

​갑갑한 마음에 설산의 일출을 만나기 위해 태백산 산행길에 오른다. 태백산의 눈꽃과 설경은 최고의 겨울 풍경으로 꼽히지만 눈 세상의 갈증보다는 조용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새벽 2시30분 시동을 켠다.

태백산 들머리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30분. 침묵하고 있는 산속은 아직 먼동이 트지 않아 적막강산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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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를 켜고 낙엽송이 빽빽한 임도길에 들어선다. 영하의 날씨에 매서운 새벽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주차장에서 임도길로 2.4km를 1시간쯤 걸어 유일사 삼거리에 도착한다. 사길령에서 넘어오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사길령은 사길령은 강원도와 경상도를 잇는 옛 고갯길이다. 삼거리에서 좌측 오르막 능선길로 접어들어 아이젠 보행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등골에 땀이 맺힌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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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만에 주목 군락지에 도착했고 백두대간 능선에 어렴풋이 날이 밝아온다. 오백년 세월 푸르름을 잃지 않고 혹한과 삭풍에 굳세게 서 있는 주목은 갑옷을 입은 호위무사처럼 태백산을 지키며 경이로운 겨울풍경을 보여준다. 등로길 나뭇가지마다 순백의 상고대가 피어나 눈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주목군락지를 지나 장군봉(1567m)에 닿았다. 확트인 창공과 산그리메가 끝없이 일렁인다.

이윽고 아득한 마루금 위로 붉은 기운이 용트림하며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맞는다. 마치 천상계에 와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옅은 햇살 아래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어깨를 맞대고 보여주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면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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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에서 부드러운 산릉을 따라 약 5분 만에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m)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됐다.

중앙에 원형으로 돌을 쌓아 옛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제단이 있고 아래로 태백산 정상석이 당당하게 선 채로 찬바람에 맞서고 있다. 동서남북 백두대간 마루금의 장쾌한 조망이 아름답다.

영봉을 중심으로 장군봉(1567m)·문수봉(1517m)·부쇠봉(1546m)이 보이며 장중하고 후덕한 태백산은 ‘크고 하얀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다.

태백산맥의 모산(母山)으로 하늘로 통하는 성스러운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태백산의 아침이 장엄하고 눈부시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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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만경사를 거쳐 반재를 지나 당골탐방지원센터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수봉을 거쳐서 당골로 내려서는 것이 운치가 있다. 당골에 있는 석탄박물관도 볼만하다.

오늘은 자차를 이용해 유일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기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겹겹의 산너울이 끝없이 펼쳐지고 멀리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지나온 능선도 다시 되돌아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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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덩치가 큰 산이지만 해발 900m에서 시작하며 등로가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산을 내려와 다시 주차장에 도착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유려함과 장쾌함을 어디에 비할까.

무엇이 밤을 새워 혹한의 칼바람을 맞으며 산에 오르게 했는지, 태백산은 나에게 신실한 견딤과 버팀을 말해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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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에서 본 태백산의 일출은 기가 충만한 에너지가 되리라. 8.8km 5시간 태백산 일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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