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시장원리가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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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시장원리가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2.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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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밈(Meme)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생물학적인 유전이 아니라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되는 비유전적 전달 방식을 뜻한다. 언어·옷·관습·의식·건축 등과 같은 문화요소의 진화는 대표적인 밈의 사례다.

밈이 경제학을 만나 탄생한 용어가 밈노믹스(MEMEnomics)다. 시장 원리가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프리즘을 통해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미래경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21세기 경제 시스템 밈노믹스』(엘도라도)는 이처럼 경제학 분야를 시장이 아닌 사회적·문화적 가치의 진화 관점에서 다룬다.

문화경제학자로 밈노믹스그룹 설립자인 저자 사이드 돌라바니는 경제를 문화 유전자 밈 개념을 차용해 만든 ‘가치 시스템 밈’으로 설명하고 미래 경제의 해법을 제시한다.

인간 개인과 사회 및 문화 등 경제와 관련한 모든 요인을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본주의의 심리적 DNA라고 정의한 가치 시스템(value-system) 8단계 나선형 구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따라 정확한 계산, 합리적 판단, 효용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주장은 이미 행동경제학에 의해 무너졌다.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더 이상 고전경제학으로는 설명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 역시 상위 가치 시스템에 대한 거시적 분석, 실패로 끝난 경제정책을 만들어냈던 접근방식,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지 않아 지속 가능한 미래 경제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밈노믹스도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행동경제학의 연속선상에 있는 경제학이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해석과 경제 흐름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존재의 본성과 생활환경의 변화에 집중하고 진화하는 문화까지 주목하고 있다. 즉 자아실현과 최상의 가치를 향한 열정 등 보다 높은 인간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밈노믹스의 접근방식은 탄력적이며 변형적이다. 경제의 흐름을 인류가 지향해온 가치(가치 시스템 밈)라는 새로운 토대 위에서 분석하고 전망한다. 인간은 탄력적인 존재이므로 생물적·심리적·사회적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밈 역시 다음 단계의 밈으로 진화하며, 이로 인해 새로운 가치가 계속해 출현하기 때문에 결국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만 진화하는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가치의 발전 형태는 작은 점(작은 가치)로부터 시작해 소용돌이를 이루며 거대한 원(더 큰 가치)을 그리면서 확장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밈노믹스를 “가치 시스템이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의 눈으로 경제정책이 문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거시적인 시선으로 경제를 조망하는 과학을 이해함으로써 각 단계의 가치 시스템이 빚어내는 양태를 간파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앞으로의 경제를 그려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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