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인제약, 코로나 백신 시노팜 앞세워 고점 찍더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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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인제약, 코로나 백신 시노팜 앞세워 고점 찍더니 '반토막'
  • 박철성 리서치센터국장·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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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서킷브레이커] “시노팜 식약처 긴급 사용승인 신청 계획 확인 필요”

적자기업 코렌에서 탈바꿈한 지나인제약의 능곡지변은 가능할까.

최근 지나인제약은 “코로나19 백신 시노팜의 국내 생산 및 국내외 판매 독점권을 확보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후 주가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다. 현재 주가는 반 토막. 만약 상투를 잡았다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나인제약 측의 추가적인 공식 발표가 전혀 없다. 이렇게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치며 땅굴을 파는 건 아닐까 우려만 높아지고 있다.

지나인제약 일봉 그래프. 지나인제약이 ‘코로나19 백신’ 시노팜울 앞세워 52주 신고가 경신 뒤 현재 주가는 반토막났다.

지나인제약의 지분구조가 눈길을 끈다. 메디포럼이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광학렌즈 전문기업 코렌을 인수하고 사명을 지나인제약으로 변경했다.

메디포럼(회장 김찬규)은 2018년 말부터 2019년 5월까지 약 6개월간 유상증자 138억원, 전환사채 337억원 등을 발행했다. 총 47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KOTC(장외주식)에 상장된 기업으로서는 흔치 않은 규모의 펀딩이었다.

메디포럼은 이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씨트리(메디포럼제약. 현 에이치엘비제약)와 비상장 아이월드제약을 인수했다. 여기에 277억원을 사용했다. 메디포럼은 씨트리를 인수한 후 씨트리의 사명을 메디포럼제약으로 변경했다.

이후 메디포럼의 김찬규 회장과 메디포럼제약의 김세종 경영고문의 갈등으로 메디포럼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격렬해졌다. 결국 에이치엘비그룹이 메디포럼제약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KOTC에 상장된 메디포럼이 475억원을 유치해 제약회사 씨트리를 인수한 것까지는 어색하지 않다. 메디포럼이 치매치료제(PM102)의 임상성과 연결된 적절한 투자였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코스닥 기업 인수 후 경영권 분쟁으로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이런 메디포럼이 이번에는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광학렌즈 전문기업 코렌을 인수하고 사명을 지나인제약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뽑아 든 재료가 코로나19 백신 ‘시노팜’이었다.

메디포럼의 재무제표.
메디포럼 지분분석.

메디포럼이 인수해 이번에도 사명을 변경한 지나인제약은 지난 7일 ‘중국 시노팜 백신 식약처 긴급 사용승인 신청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풀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언론 기사화에 열을 올렸다.

보도자료에서는 “지나인제약은 제반 준비를 거쳐 이른 시일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노팜 백신의 해외 판매 및 국내 생산과 관련한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도 내용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긴급 사용승인 신청’이 아니라 ‘신청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6월15일 종가 기준 2635원이었던 지나인제약의 주가가 지난 2일 종가 1520원까지 약 43% 급락하자 억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시장의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지나인제약 사주인 메디포럼의 김찬규 회장(지나인제약의 등기임원이기도 함)에게 ‘시노팜 백신의 식약처 긴급 사용승인 신청 계획’의 진행 상황에 대해 질문과 입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난 7일 ‘시노팜 백신의 해외 판매 및 국내 생산과 관련한 긴급사용승인 신청 계획’의 홍보 기사가 혹시 주가 부양용은 아니었을까 의혹을 제기했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여러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나인제약의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신청 진행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론 투자자들 보호차원이다.

이날 보도로 장중 9% 이상 상승한 1770원을 기록했던 지나인제약의 주가는 27일 1225원으로 마감했다. 시점만 놓고 따져도 시노팜 뉴스로 인해 지나인제약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약 31%의 손실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지난 4월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유관기관은 ‘증권시장 불법·불건전 집중 대응단’ 3차 회의를 통해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호재성 공시 이후 차명계좌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이 의심되는 8개 사를 선별했다. 이중 6개사는 거래소에 매매 분석을 의뢰했고 2개사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매매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부정거래 혐의 종목들은 주가 부양소재로 코로나19 관련 테마나 실체 확인이 어려운 해외 투자유치를 주로 사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6월이었다. 메디포럼제약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당시 김세종 메디포럼제약 경영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김찬규)이 ‘천연물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곧 임상3상 승인과 코스닥 상장을 시도할 테니 도와달라고 해 함께 일하게 됐다”면서 “이후 기관투자를 설득해 총 450억원 투자를 유치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임상3상 추진이 전제된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김 회장 측이 투자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투자 유치 후 임상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기업공개(IPO)에 필수적인 회계 준비도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지금 메디포럼의 김찬규 회장은 시트리의 실패 후 다시 적자기업 코렌을 지나인제약으로 탈바꿈시킨 뒤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과 국내외 판매 독점권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재료로 코스닥 시장 상전벽해를 시도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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