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해야 삶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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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해야 삶은 변화한다”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01.1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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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Ⅰ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한정주=고전연구가] 서양 철학사 최고의 문제적 인물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니체를 언급할 것이다. 니체는 세상의 모든 가치와 기준을 전복하는 작업을 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서양의 영혼을 지배하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관습과 습속의 도덕을 해체하는 모험을 시도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체는 영원하다고 여겨져 온 모든 우상을 파괴하는 도전을 감행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니체는 담대하게도 인간의 경계(한계)를 넘어선 인간, 즉 위버멘쉬(초인)를 사유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사는 니체 이전의 철학과 니체 이후의 철학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현대 철학은 대부분 니체 덕으로 살아왔고, 여전히 니체 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럼 니체 철학의 최고 문제작을 꼽는다면 어떤 책을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거론할 것이다. 니체 스스로도 “이 작품은 단연 독자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니체는 이 책에 이런 부제를 달아놓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표현의 이 말은 무슨 의미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고귀하고 미묘한 세계다. 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자 영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영예를 얻으려면 차라투스트라의 깊이와 높이에 도달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의 깊이와 높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경계(혹은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한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지만 누구나 함부로 도달할 수 없는 책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다.

그렇다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몰락해야 삶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몰락을 긍정하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몰락을 욕망하라’고 말합니다.

낡은 삶이 몰락해야 새로운 삶이 탄생한다. 낡은 세계가 몰락해야 새로운 세계가 태동한다. 낡은 사고가 몰락해야 새로운 사고가 자라난다. 낡은 관계가 몰락해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낡은 조직이 몰락해야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진다. 낡은 체제가 몰락해야 새로운 체제가 출현한다.

몰락을 긍정하고 더 나아가 몰락을 욕망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의 진보는 왜 ‘수구’가 되고, 한 때의 ‘멘토’는 왜 ‘꼰대’가 되는 걸까. 몰락해야 할 때 몰락하지 않으면 누구도 예외 없이 수구가 되고 꼰대가 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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