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은 어떻게 몰락하고 변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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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은 어떻게 몰락하고 변화하는가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01.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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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 ①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Ⅲ

[한정주=고전연구가] 차라투스트라가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일갈한 첫 번째 가르침 역시 세 단계에 걸친 ‘인간 정신의 몰락과 변화’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노예 단계의 인간 정신이 몰락하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단계의 인간 정신으로 변신(변화)하는가에 관한 가르침이다.

“나 이제 너희들에게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 …(중략)… 무엇이 무겁단 말인가? 짐깨나 지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짐이 가득 실리기를 바란다. …(중략)… 짐깨나 지는 정신은 이처럼 더없이 무거운 짐 모두를 마다하지 않고 짊어진다. 그러고는 마치 짐을 가득 지고 사막을 향해 서둘러 달리는 낙타처럼 그 자신의 사막으로 서둘러 달려간다. 그러나 외롭기 짝이 없는 저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에서 낙타는 사자로 변하는 것이다. 사자가 된 낙타는 이제 자유를 쟁취하여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중략)… 새로운 가치의 창조, 사자라도 아직은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의 쟁취, 적어도 그것을 사자의 힘은 해낸다. 형제들이여 자유를 쟁취하고 의무에 대해서조차도 경건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말해보라, 형제들이여. 사자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어린아이는 해낼 수 있는가? 왜 강탈을 일삼는 사자는 이제 어린아이가 되어야 하는가?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정동호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3, p38〜41)

차라투스트라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해 인간 정신의 몰락과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고통을 견디며 메마른 사막을 건너간다.

낙타는 아무런 불평과 불만 없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권위에 복종하고 순종할 줄밖에 모르는 단계의 인간 정신을 상징한다. 낙타가 사자로 변신하는 이야기는 복종과 순종밖에 몰랐던 인간 정신이 이제 사자처럼 맹렬하고 용감하게 세상의 권력과 권위에 맞서 저항하는 단계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자로 변신한 인간 정신은 빼앗겼던 자신의 권리를 마치 사자처럼 약탈하고 강탈하듯 쟁취해낸다. 낙타의 몰락은 곧 사자로의 변신이고 사자로의 변화는 곧 낙타의 몰락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대해 ‘예!’라고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 정신이 몰락해야 ‘아니오!’라고 맞서는 인간 정신으로의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 이치로 ‘아니오!’라고 말하는 인간 정신으로의 변화가 일어나야 ‘예!’라고만 하는 인간 정신은 몰락한다.

인간 정신이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자가 되었다는 말은 이제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쟁취했다는 사실을 뜻한다. 약탈하고 강탈하는 사자와 같은 용맹함이 있어야 인간 정신은 빼앗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자 단계의 인간 정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인간 정신은 사자의 용맹함을 뛰어넘는 또 다른 도약을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사자의 몰락과 어린아이로의 변신(변화)이 일어난다. 사자는 왜 어린아이로 변화해야 하는가. 사자의 용맹함은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는 유용한 힘이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는 무용하고 무기력하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어린아이만이 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가. 그것은 어린아이가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순진무구와 망각은 지나가 버린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 즉 어린아이는 세상의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힘에 의지해 나아가는 무한 창조이자 거룩한 긍정을 의미한다.

낙타의 몰락은 노예 단계의 인간 정신의 몰락을 상징한다. 사자로의 변신(변화)은 자유를 쟁취한 인간 정신의 출현을 상징한다. 사자의 몰락은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에는 능숙하지만 새로운 자유의 가치를 창조하는 데는 무기력한 인간 정신의 몰락이다. 어린아이로의 변신(변화)은 새로운 자유의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 정신의 탄생을 의미한다. 어린아이로의 변신(변화)으로 이제 인간 정신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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