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체계 뒤흔드는 비트코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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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체계 뒤흔드는 비트코인의 미래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4.01.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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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실재하는 것처럼 상징화한 동전.
가상화폐가 등장해 기존 통화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비트코인(Bitcoin)이다.

비트코인의 역사는 불과 5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파급력은 기존 통화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한때 외국의 유행 정도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임대하겠다는 프래카드가 내걸리고 있는 등 비트코인은 서서히 우리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미래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가모토 사토시(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개발됐다. 그러나 나가모토 사토시의 정체에 대해 아는 이는 없다. 그가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사람 이름인지, 집단 이름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은 사이버 인물인지에 대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의 화폐 단위는 BTC로 오직 네트워크와 인터넷 상에서만 존재하는 명목화폐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운영하는 화폐가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에서 P2P 방식으로 여러 이용자들의 컴퓨터에 분산돼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 모두 발행주가 되는 시스템이다.

▲ 비트코인 전자지갑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금광 채굴에 빚대 ‘채굴’이라고 불린다. 이때 난해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일종의 암호 풀기다. 일반 컴퓨터 1대로 5년 정도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로 알려져 있어 비트코인을 캐는 전용 프로그램과 길드나 커뮤니티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채굴하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최대 생성량은 2100만 비트코인으로, 현재 약 1200만 비트코인이 생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 800만 비트코인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한정생성량을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정해놓고 있어 이후 폐광이 예상된다. 이때 비트코인의 가치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 네덜란드의 튤립광풍과 같은 투기열풍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비트코인은 빠른 속도로 기존의 화폐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파고들며 유통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000여개 이상의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ATM기까지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인천시의 한 제과점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거래를 시작했다. 또 압구정의 한 빌딩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임대료 결제가 가능하다는 프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디지털 통화보다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기준 2009년 출범 초기 비트코인의 가치는 0이었다. 이후 2010년부터 1비트코인당 센트 단위에서 거래가 시작돼 2011년 4월에는 1달러를 넘어섰다.

또 2012년까지 10달러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더니 지난해 4월에는 키프로스 정부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은행예금에 대한 일괄적 과세방안을 확정하자 대체 투자자산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266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18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버냉키 연준의장이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 수준인 12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12월초 중국 인민은행이 투기성과 가격변동성을 우려해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업무취급을 금지시킴에 따라 600달러대까지 급락하다 재차 반등하고 있다.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급속한 팽창 배경
비트코인의 급속한 팽창의 이면에는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와 맞물려 그리스, 스페인, 키프로스 등 유로존 국가 정부들의 채무불이행 및 은행 예금 상각 가능성 등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불신은 이를 반증한다.

사실 기존의 화폐는 국가에 의해 통제돼 왔다. 이는 국가의 이해에 따라 환율과 금리 등 정책적으로 조작의 가능성을 띄고 있다. 곧 경제적 소수와 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발행주체가 없다. 비트코인 유통이 법정 화폐를 넘어서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때 중앙은행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역시 그 위상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 비트코인으로 임대한다고 프래카드를 내건 서울 압구정도의 한 건물.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팽창은 먼저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화는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사람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투자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지지해 주고 있다.

투자수단으로 인정되려면 사용가치와 희소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제한적이나마 거래수단으로 이용 가능하고 유동성이 최종적으로 2100만 단위로 제한되므로 시간이 갈수록 희소성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safe haven)으로서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지난 4월초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은 것은 유럽재정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키프러스 위기와 관련해 예금자에 대해서도 손실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일부 남유럽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은 비트코인이 거래의 편의성보다는 투자수단으로 애용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여타 가상화폐와 달리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성도 꼽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없다. 비트코인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기존 화폐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며 지리적 국경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세계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익명성을 지니고 있어 거래에 따른 자금 추적을 피할 수가 있고, 지리상의 한계를 초월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간에 직접 자금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이를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계좌 동결도 어렵다.

특히 발행액이 서서히 늘어나고 최종 발행 잔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인플레에 따른 통화가치 절하 위험이 없다.

▲ 금융위기 이후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의 틈을 파고든 비트코인
통화로서 최대 취약점은 심한 변동성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비트코인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12월 K모바일이 주최한 ‘가상화폐 비트코인 긴급 진단과 전망’ 세미나에서는 오히려 비트코인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정부 및 중앙은행의 규제와 보안문제가 그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다수의 금융전문가 및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현재의 비트코인 열풍을 과거 네덜란드 튤립투기와 같은 일종의 버블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새로운 화폐를 갈망하는 일종의 호기심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와 같은 버블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존재했다며 결국 모든 버블은 실패로 끝났음을 지적했다.

또 해킹으로 인한 비트코인의 도난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급증하고 있는 보안문제가 비트코인의 전망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 두 가지 취약점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급속한 팽창과 달리 확산에는 실패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도 비트코인의 환율이 나타내는 심한 변동성이 투기를 조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통화로서의 장기적 성공가능성에는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비트코인의 심한 변동성은 통화로서 최대 취약점이다. 돈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매출은 급감하고 자산가격의 디플레이션을 감수해야 한다. 당연히 고용과 투자의 위축을 동반하게 된다.

반대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 구매력이 줄어들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자연히 급격한 화폐가치의 변동성은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달러의 기축통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중국도 비트코인의 무정부성을 경계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거래 및 관련 서비스 제공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서 어떻게 발전하리라는 것을 현재로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중앙은행이 인정하는 법정화폐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재는 “수용성이 적고 높은 가격 변동성이 있는 것을 화폐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규격화, 수용성, 가치변동성, 안정성, 내재적 특성을 봤을 때 현재로서는 민간화폐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김 총재 발언 이후 보고서를 통해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자금이체가 가능하고 거래수수료가 낮으며 다양한 방식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지급거래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 이론적 성장 가능성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 당시 가장 비싼 꽃으로 팔렸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돌연변이로 보라색과 흰색 줄무늬를 가진 튤립이다.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여전히 실험중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한계는 취약한 보안성, 가격 변동성, 제한적 수용성, 채굴유인 감소, 높은 사회적 비용 등이다.

비트코인 개인사용자 또는 거래소에 대한 해킹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보안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으며 투기적 거래로 인해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보편적인 교환의 매개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 최근 가맹점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거래규모는 다른 지급수단 또는 금융상품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가치를 보증하는 발행기관이 없어 가맹점 확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채굴자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계속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채산성이 감소하면서 거래가 지연될 가능성과 개별 사용자의 거래 비용은 낮출 수 있지만 채굴 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므로 사회적인 거래비용은 낮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동규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조사역은 “국가간 거래, 소액 거래 등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해킹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가 시도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직화·기업화된 형태의 비트코인 서비스 또는 대규모의 상업적인 사용은 소비자 보호 과세 및 불법행위 방지 등을 위해 적절한 규제체계 하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등장한 가상화폐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며 실제 화폐에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여전히 실험중이다. 향후 대안 화폐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적되고 있는 한계들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같이 전자상거래와 같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활용 가치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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