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는 플랫폼택시?…단거리 호출성공률의 두 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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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는 플랫폼택시?…단거리 호출성공률의 두 배 확인
  • 김윤태 기자
  • 승인 2022.02.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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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에 서울시가 플랫폼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를 확인한 결과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3일 밝표했다.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지난해 10~11월 두 달 동안 총 841대를 호출했다.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적정 표본이 확보되도록 했다.

그 결과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실제 확인됐다.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태우기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 성공된 건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 주말(88.1%)보다는 평일(63.3%),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목적지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실패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은 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택시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시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실태조사와 별도로 시는 택시 배차 후 승객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돼 배차방식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카카오모빌리티, 정부 등 각 주체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우선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시간대의 경우 택시 부족 요인도 있는 만큼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해제, 전기택시 보급확대 등 시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택시 측에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올해 초 요청했다. 또한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콜을 주는 방식을 요청했다. 장기적으로는 가맹-중개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또한 시는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

백호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택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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