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건비 13% 오를 때 고용 0.2% 상승”…고임금 저고용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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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건비 13% 오를 때 고용 0.2% 상승”…고임금 저고용 가속화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2.04.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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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작년 메리츠증권 평균 급여 2억490만원 ‘최고’…HMN 상승률 67.1% ‘1위’

국내 대기업은 인건비 규모가 커져도 고용은 크게 늘지 않는 ‘고임금 저고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국내 120개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인건비는 13% 가까이 상승했지만 고용은 겨우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인건비 증가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연봉 수준은 10% 이상 높아졌다. 또 120개 대기업 중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억대 클럽에 가입한 곳도 지난해 기준 19곳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21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2개 주요 업종별 매출 톱10에 포함되는 120개 대기업의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수는 77만6628명이었다.

이는 2019년 77만9365명보다 2700명 이상 적지만 2020년 77만5310명과 비교하면 1300명 이상 늘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고용 증가율은 0.2%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고용 증가율과 달리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 증가 속도는 가팔랐다. 120개 대기업에서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2019년 64조3282억원에서 2020년 66조2873억원으로 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은 0.5% 하락했지만 인건비는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인건비는 74조7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나 뛰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이 8조4847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산술적으로 연봉 1억원을 8만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인건비 규모다.

1년 새 8조원 넘은 인건비가 늘었지만 고용 일자리는 1400명도 채 늘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120개 대기업 중 2020년 대비 2021년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99곳이었다.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120곳 중 64곳이었다. 120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2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임직원 인건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였다. 임직원 급여 총액이 13조1676억원(2020년)에서 15조8450억원(2021년)으로 높아졌다. 2조6773억원(20.3%)이 증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도 인건비가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증가 규모는 SK하이닉스 7024억원(2조6354억원→3조3379억원), 현대자동차 5893억원(6조2978억원→6조8872억원) 이다.

인건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고용은 소폭 상승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은 상승했다. 120개 대기업 임직원의 2019년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2020년에는 8549만원으로 3.6% 상향됐다. 2019년과 2020년 8000만원대 수준이던 연봉은 지난해 9628만원으로 9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가 12.6%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1078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0개 대기업 임직원 중 평균 보수가 억대로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은 2019년 10곳, 2020년 13곳에서 지난해는 25곳으로 많아졌다.

임직원 평균 보수가 최고 수준인 기업은 금융업종의 메리츠증권이었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490만원이었다. 이어 카카오(1억7200만원), SK텔레콤(1억6229만원), NH투자증권(1억5808만원), 삼성전자(1억4464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449만원), 네이버(1억2915만원), 삼성화재(1억2679만원), 삼성SDS(1억1900만원), 삼성생명(1억1561만원) 등이 상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톱10 중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는 4곳이었다.

지난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오른 곳은 120곳 중 100곳이었다. 이중 52곳은 연봉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특히 HMM의 임직원 평균 급여 상승률은 67.1%로 조사 기업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HMM의 2020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246만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1억437만원으로 연봉 1억 클럽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임직원을 임원(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하면 두 집단 간 급여 격차는 다소 좁혀졌다. 2020년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3억9914만원, 일반 직원은 8368만원으로 격차는 4.8배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임원(4억1986만원)과 일반 직원(9350만원) 간 보수 격차가 4.5배로 줄었다. 임원 평균 급여가 1인당 5.2%(2072만원) 오를 때 일반 직원은 12.6%(1045만원) 오르면서 간격이 줄었다.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2곳으로 전년보다 2곳 늘었다. 이중 메리츠증권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1억1192만원으로 유일하게 10억원을 상회했다. 전년 9억4619만원보다 2억원 이상 상승했다.

이어 삼성전자(7억9000만원), 이마트(7억700만원), CJ제일제당(6억4570만원), 엔씨소프트(6억3261만원), SK하이닉스(6억1477만원), LG생활건강(5억4265만원), SK텔레콤(5억2951만원), 현대자동차(5억2877만원), LG유플러스(5억2200만원) 순이었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기업은 19곳으로 나타났다. 2019년 7곳, 2020년 8곳과 비교하면 10곳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5에는 메리츠증권(1억7912만원), 카카오(1억7171만원), SK텔레콤(1억5579만원), NH투자증권(1억5324억원), 삼성전자(1억3923만 원)가 이름을 올렸다.

일반 직원의 평균 연간 급여가 억대 클럽에 새로 입성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삼성화재(9684만원→1억2423만원), 삼성SDS(9753만원→1억1710만원), 네이버(9494만원→1억1278만원), SK하이닉스(9066만원→1억1252만원), 삼성전기(8645만원→1억881만원), 삼성물산(9512만원→1억740만원), 포스코홀딩스(9606만원→1억721만원), 금호석유화학(9483만원→1억435만원), HMM(6143만원→1억329만원), 롯데케미칼(8571만원→1억271만원), 기아(9054만원→1억21만원) 등이다.

업종을 대표하는 매출 상위 톱10 기업 중 지난해 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전자 업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포함된 전자업종 대기업의 미등기임원 1인당 급여액은 6억667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증권·보험·은행 등이 포함된 금융업종이 4억1380억원으로 높았다.

이외에 정보통신(4억1280만원), 무역상사(3억8084만원), 석유화학(3억4009만원), 철강(3억857만원), 건설(2억7447만원), 자동차(2억6838만원), 식품(2억5857만원), 제약(2억3294만원), 운수(2억181만원), 기계(1억8290만 원) 순으로 임원 평균 연봉이 높았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보수 순위는 다소 달랐다. 1위는 전자업종으로 임원 급여 순위와 동일했다. 작년 기준 평균 1억152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금융(1억1404만원)과 정보통신(1억609만원) 업종도 연봉 1억 클럽에 포함됐다.

연봉 7000만~8000만원대 그룹에는 철강(8514만원), 석유화학(8484만원), 자동차(8297만원), 기계(7579만원), 건설(7145만원), 제약(7023만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운수(6994만원), 무역상사(6894만원), 식품(5463만원) 등은 타업종 대비 일반 직원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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