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5% 이상 외국계 큰손 감소세…높은 배당·시세차익 매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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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 5% 이상 외국계 큰손 감소세…높은 배당·시세차익 매력 떨어져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2.05.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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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 숫자가 지난 2016년 대비 올해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16년 전후로 중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을 쇼핑하듯 인수하는 이른바 ‘판다 쇼핑’도 최근 시들해졌고 미국과 일본계 큰손 투자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줄이거나 빠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 대상 외국계 큰손 투자자 중에는 미국계 투자자인 블랙록(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40조원에 육박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슈퍼 독수리의 위상을 과시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6일 발표한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64개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국내 상장사 246곳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3월 조사에서는 227개 외국계 투자자가 322개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 이 중에는 2개 이상 상장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도 여럿 있었다.

최근 6년 새 외국계 큰손 투자자 수는 28% 줄었고, 이들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도 24% 정도 감소했다. 국내 상장사 지분을 다수 확보해 배당과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외국계 큰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큰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전후 거대 자본을 앞세워 우리나라 상장사 주식을 쇼핑하듯이 다수 지분을 확보해오던 ‘판다 쇼핑’ 현상도 시들해졌다. 중국계 큰손은 지난 2015년 국내 상장사 25곳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해오다 다음해인 2016년에는 50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6년이 지난 올해는 26곳(10.6%)으로 줄며 지난 2015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왕서방 자본을 앞세우며 국내 상장사 투자를 공격적으로 해오던 중국계 큰손들도 점차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다소 줄이거나 아예 손을 털고 떠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큰손들도 최근 6년 새 각각 20여곳 정도씩 국내 주식 시장에서 5% 지분 영향력을 가진 곳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계이면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른바 ‘큰독수리’들도 2016년 당시 우리나라 상장사 121곳에서 다수 주식을 보유해 왔지만 올해는 102곳(41.5%)으로 19곳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계 큰손 10곳 중 4곳 정도는 미국계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투자자도 2016년 국내 상장사 48곳에서 5% 넘는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는 28곳(11.4%)으로 20곳이나 줄었다.

외국계 큰손들이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숫자는 줄었지만 최근 6년 새 지분가치는 되레 증가했다. 2016년 당시 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2조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59조원 수준으로 6년 전보다 40%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계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지난 2019년 2월 5%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음 보유했다. 지난 24일 기준 블랙록의 주식가치는 19조976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올해 파악된 외국계 큰손 주식평가액 59조원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6년 당시 블랙록은 삼성전자 지분이 5% 미만으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블랙록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제외하고 따로 계산해보면 올해 파악된 240여곳 외국계 큰손들의 주식평가액은 39조원 수준으로 2016년보다 오히려 주식가치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 10곳에서 지난 24일 기준 총 29조8500억원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번에 조사된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59조원이 넘는 주식가치 중 50.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블랙록은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할 수 있는 항공모함격인 ‘슈퍼 독수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블랙록과 함께 100여곳 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국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의 지분가치만 해도 37조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파악된 외국계 큰손 전체 지분가치 중 60%가 넘는 비중이다. 큰손 투자자 숫자는 2016년 때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 시장에서 미국계 투자자들이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것을 수치로 명확히 보여줬다.

올해 조사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네덜란드(7조6981억원), 싱가포르(2조6748억원), 중국(2조4065억원), 일본(2조1893억원) 순으로 국가별 큰손들의 주식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네덜란드는 2016년 6조7788억원에서 13% 이상 지분가치가 높아진 반면 중국은 2016년 4조4745억원에서 올해 46% 이상 주식평가액이 줄어들었다. 일본도 2조5500억원 수준에서 6년 새 14% 정도 주식가치가 낮아졌다.

주식평가액이 아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현황만 놓고 보면 미국계 큰손 투자자 피델리티(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 엘엘씨)가 가장 먼저 꼽혔다. 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50곳에서 5% 넘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솔브레인에서 1000억 원 넘는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

올해 조사된 국내 상장사 246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투자자 중 62.6%는 보유 지분을이 5~10% 미만이다. 이어 10%대(지분율 10~20% 미만) 수준은 15.4%로 많았고 20%대(20~30% 미만)는 7.7% 수준이었다. 5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외국 큰손도 7.7% 정도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국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계 큰손들이 점차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지분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는 코로나 등의 경제 사정으로 주요 국가들이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를 하고 있는 것도 이유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높은 배당과 시세차익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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