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혁명을 위해 필요한 것…상상력·불온성·불가능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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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혁명을 위해 필요한 것…상상력·불온성·불가능의 추구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10.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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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⑧ 마키아벨리 『군주론』…새로운 세계의 질서와 영토Ⅱ
『군주론』의 주인공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 마키아벨리에게 체사레 보르자는 ‘통일 이탈리아’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혁명적 상상이자 하나의 현실적 가능성이었다.
『군주론』의 주인공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 마키아벨리에게 체사레 보르자는 ‘통일 이탈리아’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혁명적 상상이자 하나의 현실적 가능성이었다.

[한정주=고전연구가] 김수영이 「육법전서와 혁명」에서 낡은 세계(삶)의 상징으로 표상하는 ‘합법’은 단순히 육법전서와 같은 법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낡은 세계(삶)의 모든 것, 즉 기준과 표준, 가치와 질서, 도덕·규범·윤리·관습·습속·예절 등등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낡은 세계(삶)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삶)의 구성을 상상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상상하기 위해서는 불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상상하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김수영이 사망한 해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에서 말한 것처럼-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삶)에 대한 상상이자 욕망이다. 그래서 혁명은 본질적으로 상상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고, 그 상상은 불온할 수밖에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과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론’의 또 다른 역작(力作)인 『로마사 논고』의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것’, 여태까지 존재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의 전체적인 행적을 보면 그가 미래의 권력을 위해서 강력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신생 군주에게 제공할 만한 모범적인 지침으로 그의 활동을 예시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 때문에 그의 행적을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록 그의 노력이 종국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의 실패는 전적으로 예외적이고 악의적인 운명의 일격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를 나무라서는 안 될 것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p49)

“나는 다른 도시에 종속된 상태에서 시작했던 도시들에 관한 검토를 제쳐두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떤 종류의 외부적 예속으로부터도 멀리 벗어나서 시작했고, 그래서 공화국이든 군주국이든 간에 자신의 고유한 법에 따라 통치했던 도시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로마사 논고』 ‘제2장 공화국의 다양한 형태들. 로마 공화국은 어떤 종류였는가’)

혁명이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면 그 상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하나의 현실 가능성’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상상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상상이 된다.

마키아벨리에게 낡은 세계(삶)의 질서와 영토는 ‘분열된’ 이탈리아였고 새로운 세계(삶)의 질서와 영토는 ‘통일된’ 이탈리아이다.

『군주론』의 주인공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 그는 마키아벨리가 상상한 혁명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시작의 현실적 가능성이다. 체사레 보르자는 당시 악덕(惡德)과 잔혹의 대명사로 모든 사람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에게 체사레 보르자는 ‘통일 이탈리아’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혁명적 상상이자 하나의 현실적 가능성이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체사레 보르자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통일 이탈리아’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하나의 상상이면서 현실이고 또한 하나의 현실이면서 상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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