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삶의 전복…새로운 삶의 상상
상태바
낡은 삶의 전복…새로운 삶의 상상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11.0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인생수업]⑧ 마키아벨리 『군주론』…새로운 세계의 질서와 영토Ⅲ

[한정주=고전연구가] 그렇다면 마키아벨리는 왜 체사레 보르자를 통해 통일 이탈리아의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상상과 동시에 그 현실 가능성을 보았을까.

체사레 보르자가 마키아벨리가 상상한 혁명, 즉 통일 이탈리아라는 ‘하나의 가능성(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불가능의 추구)’를 당시 유럽의 정세 속에서 기획하고 행동에 옮긴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고한 정체로 안정되고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베네치아공화국이 통일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롬바르디아 지방에 대한 프랑스의 뿌리 깊은 야심도 프랑스의 군사력을 무시못하는 이상 인정하는 편이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나폴리에서 시칠리아에 이르는 남이탈리아도 에스파냐 세력의 침투가 깊어 조급히 이를 뒤집기는 우선 어려웠다. 16세기 초두에 본격화된 프랑스, 에스파냐, 터키 등 대군주국 형성 시대에 대응할 수 있고 이탈리아의 독립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군주국 창설의 가능성은 이런 현상 아래서는 중부 이탈리아밖에 없었다. 그것만 실현된다면 북으로부터의 베네치아와 프랑스, 남으로부터의 에스파냐의 세력 신장도 저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것이야말로 체사레 보르자가 구상하여 실행에 옮기려다 중도에 좌절된 일이었던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한길사, 1996. p425)

체사레 보르자는 분열된 이탈리아를 지배하는 베네치아공화국, 밀라노공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의 낡은 가치와 질서 그리고 영토에 의존하거나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만의 가치와 질서 그리고 영토를 중부 이탈리아에 세우는 방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작’, 즉 외세로부터 독립된 통일 이탈리아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새겨놓은 혁명의 상상과 그 현실 가능성 그리고 알튀세르가 밝힌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가’ 마키아벨리의 놀라운 비밀이 바로 여기 체사레 보르자의 구상과 실행에 숨어 있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보여준 ‘완전히 새로운 시작’에 관한 상상과 가능성은 국가 차원에서든 사회 차원에서든, 조직 차원에서든 나아가 개인 차원에서든 혁명, 즉 “낡은 세계(삶)의 가치와 질서에서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세계(삶)의 가치와 질서를 구성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동시 적용할 수 있다.

우리가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새로운 삶의 질서’와 ‘새로운 삶의 영토’를 모색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바로 이 문제의식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을 구성하는 혁명을 꿈꾸고 상상하고 추구하면서 그 현실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낡은 삶의 기준과 표준, 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 낡은 삶의 기준과 표준, 가치와 질서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길들여온-익숙한 너무나 익숙한-낡은 삶의 패턴과 오래된 관습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패턴과 관습을 상상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기준과 표준, 가치와 질서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일상은 자본주의적 삶의 패턴과 관습에 너무나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다. 삶의 가치와 기준은 돈, 주식, 명품, 아파트 등 자본주의적 욕망에 지배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본주의적 삶의 패턴과 관습을 멈춰 세워야 하고 또한 자본주의적 욕망을 전복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기준과 가치를 상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랑, 연대, 평등의 가치와 기준이 지배하는 새로운 삶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낡은 삶의 전복과 새로운 삶의 상상, 그곳에 바로 새로운 삶의 질서와 새로운 삶의 영토가 존재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작’, 다시 말해 여태까지의 삶의 표준과 기준, 가치와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표준과 기준, 가치와 질서를 세우는 것. 그렇게 해서 누군가의 질서와 영토에 지배당하지 않는 자신만의 삶의 질서와 영토를 만드는 것, 거기에 바로 삶의 혁명이 존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