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탐욕과 광기의 역사
상태바
인간의 역사…탐욕과 광기의 역사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11.2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인생수업]⑨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탐욕과 광기와 식인의 역사Ⅱ
기근으로 뼈와 가죽만 남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린 시체를 먹으려는 찰나를 포착한 『사성고재도계』의 그림(왼쪽)과 런던에서 출판된 영국의 한학자 제임스 레게의 『The Famine in China』에 수록된 삽화.
기근으로 뼈와 가죽만 남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린 시체를 먹으려는 찰나를 포착한 『사성고재도계』의 그림(왼쪽)과 런던에서 출판된 영국의 한학자 제임스 레게의 『The Famine in China』에 수록된 삽화.

[한정주=고전연구가] 인간의 역사는 결국 ‘식인의 역사’라는 엄청난 비밀을 인식한 광인은 그 속에서 섞여 살아온 자신도 결국 ‘식인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각에 이르게 된다.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된 인의도덕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면화된 인의도덕이다.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고 사는 도덕적 삶과 윤리적 가치 혹은 너무나 익숙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 관습과 습속의 질서야말로 진실로 무서운 인의도덕의 힘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의도덕=식인’, 곧 식인의 역사의 공범이 되고 만다.

“4000년 동안 늘 사람을 잡아 먹어온 이곳, 나도 그 속에서 오랫동안 섞여 살았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분명히 알게 되었다. 형님이 막 살림을 맡게 되었을 때 공교롭게도 누이동생이 죽었다. 그러므로 형님이 누이동생의 고기를 음식에 섞어서 몰래 우리에게 먹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모르는 사이에 나도 누이동생의 고기 몇 점을 먹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이제 나의 차례가 되다니…. 4000년의 식인 경력을 가진 나, 당초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루쉰 지음, 신여준 옮김, 『광인일기(狂人日記)』, 글누림, 2011, p45.)

그래서 루쉰은 『광인일기』의 마지막에 광인의 입을 빌려 이렇게 절규한다. “참 인간을 만나기가 어렵다! 사람을 잡아먹은 적이 없는 어린아이가 혹시라도 있을까? 어린아이를 구하라….”

여기에서 루쉰은 아직 ‘인의도덕’에 훈육당하지 않은, 아직 ‘식인의 역사’에 포획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희망 아닌 희망을 상상한다.

루쉰이 인간의 역사는 ‘식인의 역사’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면 조너선 스위프트는 인간의 역사는 ‘탐욕과 광기의 역사’에 불과하다고 고발한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 발표한 『걸리버 여행기』는 모두 알다시피 ‘소인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릴리펏 여행」, ‘거인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브롭딩낵 여행」,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라퓨타, 발니바르비, 럭낵, 글럽덥드립 그리고 일본 여행」, ‘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휴이넘 여행」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조너선 스위프트는 ‘거인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브롭딩낵 여행」을 통해 인간의 역사란 더럽고 추악하며 끔찍하고 잔혹한 ‘탐욕과 광기의 역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