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 빼돌리고 무형자산 부당 이전…역외탈세자 53명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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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자금 빼돌리고 무형자산 부당 이전…역외탈세자 53명 세무조사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2.11.2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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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국내법인 사주는 차명 소유한 현지법인 지분 49%를 해외시장 진출 명목으로 인수하고 인수대금은 명의대여자 H를 통해 해외자금으로 축적했다. 현지법인은 국내법인의 제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배당을 실시했고 사주는 배당금을 H의 명의로 수취한 후 소득은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국내법인으로부터 제품을 매입한 페이퍼컴퍼니는 현지법인에 판매하는 중계무역 거래를 진행했다. 사주가 차명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는 실체가 없어 사업수행 능력이 없는 법인으로 국내법인이 현지법인과의 거래에 끼워 넣어 이익을 나누었다.

국내법인은 자기 자금을 부담해 상표권을 직접 개발하고도 사주 소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등록했다. 국내법인은 페이퍼컴퍼니에 상표권 사용료까지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상표권 가치 유지를 위한 콘셉트 개발 등의 비용도 부당하게 부담했다. 특히 상표권 소유자인 페이퍼컴퍼니가 주로 부담해야 할 브랜드 광고비까지 국내법인이 대부분 부담했다. 결국 국내법인은 페이퍼컴퍼니에게 상표권 개발비와 상표권 사용료, 브랜드 광고비까지 삼중으로 자금을 유출했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국세청은 국부유출 구조를 고착화하고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역외탈세 혐의자 5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사실과 다르게 사업구조를 꾸며놓고 내국법인의 자금 또는 소득을 국외 이전하거나 국내 반입돼야 할 소득을 현지에서 빼돌리면서 외화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출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 유형은 법인의 외화자금 유출과 사적 사용 24명,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무형자산 부당 이전 16명, 다국적기업의 국내이익 편법 반출 13명 등이다.

조사대상자의 특징은 단순히 역외거래의 은밀성에 기반한 기존 탈세수법과 달리 사업구조를 사실과 다르게 꾸며놓고 탈세거래를 정상거래로 위장하면서 국부유출 구조를 고착화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유형은 자본·용역 거래가 수출입 통관내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 투자·외주 명목으로 외화자금을 불법 반출하거나 해외매출을 미신고하는 경우다.

자본거래 측면에서 현지법인 투자 명목으로 송금한 자금을 회사 운영·청산 과정에서 회수하지 않거나 국외 차명주주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자금을 반출한 후 사주가 사적으로 사용했다.

매입거래 측면에서는 사업기능이 없는 해외 중간지주사나 용역수행 능력이 없는 현지법인에 가공의 용역을 외주하는 방식으로 외화자금을 해외로 계속 유출한 혐의자가 확인됐다.

또한 매출거래 측면에서는 법인의 해외용역수행 대가를 사주가 수익적 소유자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소득을 상습 누락하고 사주일가의 해외체재비, 사치품 구매,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두 번째 유형은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력과 부가가치의 원천인 무형자산을 지키려는 것과는 달리 국내무형자산의 소유권이나 사용권을 정당한 대가 없이 국외특수관계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다.

내국법인이 개발한 무형자산을 국외특수관계자가 적정대가 지불 없이 자기 명의로 등록하고 사용료 수익을 가로챈 사례가 적발됐다. 가상자산과 관련 내국법인이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페이퍼컴퍼니가 소유자로 발행이익을 독점하기도 했다.

또한 현지법인에 원천기술을 무상 제공하며 이익을 분여한 후 현지법인을 사주 자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세 번째 유형은 일부 다국적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국내소비자에게 판매하며 얻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세법과 조약상 적정한 이익을 국내자회사에 남기지 않고 국외로 반출하는 경우다.

국내자회사는 코로나19 특수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자 해외모회사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제품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가격보다 해외모회사에 저가로 판매했고 해외모회사는 국내 유보이익을 배당으로 가져가면서 계획적으로 제한세율이 낮은 조세조약을 부당 적용해 과세를 회피했다.

일부 다국적기업이 형식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모회사가 국내자회사로부터 얻는 소득유형을 실질과 다르게 위장해 과세를 회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최근 3년간 역외탈세 조사실적(추징세액 4조149억원) 중 동시조사를 통해 총 1조655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동시조사 실적 중 세목별 추징세액은 법인세 1조736억원, 부가가치세 4458억원, 소득세 697억원, 증여세 494억원 순이다.

부가가치세 추징이 많은 이유는 국내사업장을 은닉한 다국적기업의 탈세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미신고 과세기간 동안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진 전체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9738억원, 제조업 4952억원, 도소매업 861억원 순으로 서비스업이 가장 컸다. 수출입 통관이 확인되는 재화거래보다 실체를 숨기기 용이해 역외탈세에 이용될 개연성이 높은 용역거래에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국세청은 “역외탈세는 세수 일실과 공정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국부가 부당유출되고 과세주권이 침해되는 반사회적 위법행위”라며 “외환송금내역, 수출입 통관자료, 해외투자명세를 철저히 검증하고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인 사주를 비롯해 관련인들까지 포렌식, 금융거래조사,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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