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국내 주요 그룹총수 33명 중 28명의 주식재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주식평가액만 해도 18조원 이상으로 1년 새 30% 정도 줄었다.
특히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를 포함해 5명의 주식평가액은 1조원 넘게 하락했다.
주식재산 10조원 클럽에 가입한 그룹총수도 지난해 초 3명에서 연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만 남았다.
반면 지난해 폭락장 속에서도 다우키움 김익래 회장의 주식재산은 60%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3일 밝표한 ‘2022년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에 따르면 국내 33개 그룹총수의 지난해 연초 주식평가액은 64조6325억원에서 연말에는 45조9191억원으로 급락했다. 감소금액은 18조7134억원으로 하락률이 29%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초 이후 33개 그룹총수의 주시평가액은 3월 말(59조7626억원), 6월말(51조4463억원), 9월말(45조7034억원)으로 내리막 행보를 보였다. 그나마 연말에는 3분기보다 2157억원(0.5%) 소폭 반등했다.
33개 그룹 중 주식평가액이 조(兆) 단위로 하락한 총수는 5명이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총수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였다. 김 창업자는 5910만주가 넘는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김 창업자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평가액만 해도 3조1300억원을 상회했다. 여기에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서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김 창업자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쥐고 있는 상장사 지분까지 모두 합칠 경우 지난 연말 기준 전체 주식재산은 5조6557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연초 12조2269억원과 비교하면 6조5700억원(53.7%)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남아있는 주식재산보다 사라진 주식평가액이 더 컸다. 이는 김범수 창업자와 같이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가치도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지난해 초 14조1866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이 연말 11조6735억원으로 급락했다. 2조5100억원(17.7%) 이상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특히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지난해 9월 말 한때 10조8842억원 수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그나마 12월 말 11조원대를 회복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의 주식재산도 지난해 초 10조1864억원에서 연말에는 8조110억원으로 2조1750억원(21.4%) 이상 감소했다.
이외에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1조3900억원)과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1조2160억원)의 주식가치도 1조원 넘게 사라졌다. 방준혁 의장의 경우 지난해 초 대비 연말 주식가치는 52.6% 사라졌고 이해진 GIO 역시 52.8% 내려앉았다.
1조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도 지난해 8951억원(3조6662억원→2조7711억원) 이상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SK 최태원 회장 역시 8620억원(3조3162억원→2조4542억원) 이상 주식재산이 사라졌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도 6605억원(3조1125억원→2조4519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33명 그룹총수 중 80% 이상의 주식재산이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5명의 주식재산은 증가했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총수는 다우키움 김익래 회장이었다. 김 회장의 주식재산은 지난 연초 2116억원에서 연말 3371억원으로 1255억원이 늘었다. 상승률만 해도 59.3% 수준이었다. 이는 김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연초 대비 연말에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세아 이순형 회장도 연초 1113억원에서 연말에는 1478억원(32.8%)으로 불어났다. 이외에 영풍 장형진 회장 9.6%(389억원), HD현대그룹 총수인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6.5%(735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 4.1%(284억원) 순으로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지난 연말 기준 33개 그룹총수 중 주식재산 1조원 클럽에는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연초 12명에서 1명 줄어든 숫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그룹총수 중 주식재산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11조6735억원)이었다. 톱3에는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8조110억원)과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5조6557억원)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초만 해도 이재용 회장을 포함해 서정진 명예회장과 김범수 창업자 세 명이 주식재산 10조원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연말에는 이재용 회장만 나홀로 10조원 클럽에 남았다. 주식재산 2위 자리도 김범수 창업장에서 서정진 명예회장으로 바뀌었다.
톱5에는 각각 현대차 정의선 회장(2조7711억원), SK 최태원 회장(2조4542억원) 순이었으며 이어 톱10에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2조4520억원), LG 구광모 회장(1조9601억원),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2521억원),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1조1997억원), CJ 이재현 회장(1조1033억원), 네이버 이해진 GIO(1조880억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1월 초 1조1521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 포함됐지만 연말에는 7194억원으로 탈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0곳 정도다. 이중 지난해 초(1월3일) 대비 연말(12월29일) 기준 1주당 주식가치가 배(倍) 이상 증가한 곳은 다우데이타(107.7%)가 유일했다. 지난해 1월 초 1만4900원에서 12월 말에는 3만950원으로 뛰었다. 세아제강 역시 주가가 52.8% 수준으로 점프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은 “지난해에는 그룹총수들도 주식평가액 하락이라는 혹한기를 피해가지 못했다”며 “그룹총수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지분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개미와 기관 투자자 중에는 주식을 급하게 처분해 현금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으로 인한 손실폭이 큰 한 해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