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고독 vs. 상대적 고독…도시인의 고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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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고독 vs. 상대적 고독…도시인의 고독은?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3.01.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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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⑩ 알베르 카뮈 『이방인』…일상 속의 유령 ‘무관심·고독’Ⅱ

[한정주=고전연구가] 고독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독의 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독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독의 진실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고독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은 오히려 고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말 속에 숨어서 고독의 진실을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전차를 내렸다. 남대문을 안에서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 구보는 불어드는 바람도 없이 양옆에 웅숭거리고 앉아 있는 서너 명 지게꾼들의 맥없는 모양”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고독을 느낀다. 그 순간 구보는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눈앞에 경성역을 본 구보는 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고”, “낡은 서울의 호흡과 또 감정이 있고”, 도시의 소설가가 친해야 할 “도회의 항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에 발걸음을 옮긴다.

‘집을 나선 후 이곳까지 오는 도중 느낀 도시의 무관심과 고독을 그곳에서는 피할 수 있겠지.’ 구보는 자신의 “고독을 삼등 대합실 군중 속에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독은 오히려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여 앉을 수도 없게끔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네들은 거의 옆엣사람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일도 없이, 오직 자기네들 사무에 바빴고, 그리고 간혹 말을 건네도, 그것은 자기네가 타고 갈 열차의 시각이니 그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네들의 동료가 아닌 사람에게 그네들은 변소에 다녀올 동안의 그네들 짐을 부탁하는 일조차 없었다. 남을 결코 믿지 않는 그네들의 눈은 보기에 딱하고 또 가엾었다.”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고독은 상대적 고독이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은 절대적 고독이다. 상대적 고독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고독하지 않지만 절대적 고독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더 고독해진다. 도시인의 고독은 군중 속의 고독이며, 그래서 도시인은 절대 고독하다.

구보가 식민지 근대 도시 경성을 표상하는 공간인 백화점, 전차, 경성역 등지에서 느낀 것은 바로 도시인의 삶과 일상 속을 떠돌아다니는 유령, 즉 ‘무관심과 고독’이었다. 욕망에 갇혀 욕망의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구보는 “인간 본래의 온정”, 다시 말해 타자에 대한 관심과 인정(人情)의 느낌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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