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기술 담합’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에 423억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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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저감기술 담합’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에 423억원 과징금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3.02.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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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과 관련해 담합한 독일 완성차업체 4개사에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4개사가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다.

EU는 2014년 9월 시행된 유로 6b를 통해 이전 단계(유로 5: 0.18g/km)보다 2배 이상 자동차 배출가스와 질소산화물(NOx) 규제를 강화했고 한국도 2014년 1월 시행된 NOx 배출허용기준에서 이전(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를 강화했다.

NOx는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로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기능 저하,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가는 추세다.

그러나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4개사는 당시 업계에서 사용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와 NOx 포집장치(LNT 또는 NSC)로는 강화될 규제를 충족할 수 없고 SCR과 같은 NOx 후처리장치를 사용해야만 규제 충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NOx를 물과 질소로 정화시키는 장치(NOx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음)로 요소수 탱크, 분사제어장치, 촉매전환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분사되는 요소수 양에 따라 NOx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요소수 분사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SCR 시스템의 핵심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자료=공정위]
[자료=공정위]

4개사는 요소수 보충 없이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NOx가 과다 배출된다는 문제점에도 요소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2006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 소프트웨어의 요소수 분사전략을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NOx를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후 12월 전화회의에서 Feed-forward mode로의 전환 조건을 추가(Bit 4~6)하기로 합의했다.

4개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Feed-forward mode로 전환과 전환 Bit 1~7이 기본 기능에 탑재)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했고, 그 결과 NOx 저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공정위는 이들 4개사의 행위는 한층 뛰어난 NOx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과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라며 상품의 종류·규격도 경쟁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4개사가 합의한 Feed-forward 모드 전환 Bit 2~6은 요소수 소비량(분사량) 감소를 목적으로 함으로써 NH3 Slip 방지 등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으면서 NOx 저감 성능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를 통해 4개사는 단일분사 전략의 장점(NOx 배출 최소화)은 유지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 혁신 기술 개발 경쟁을 공동으로 회피함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NOx 저감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합의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Feed-forward mode로의 전환 등)은 BMW를 제외한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일명 디젤게이트)이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4개사에게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과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에 207억4300만원, BMW에 156억5600만원, 아우디에 59억7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로 가격·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요소로 인정해 친환경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서 R&D(기술개발)와 관련된 합의를 통해 친환경 혁신기술 개발 경쟁을 회피하는 행위도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경쟁제한적 합의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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