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詩情)과 화의(畵意)…좋은 시·좋은 그림을 판별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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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詩情)과 화의(畵意)…좋은 시·좋은 그림을 판별하는 기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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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⑨
 

[한정주=역사평론가] 황금으로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마힐(王摩詰)을 주조하고 온갖 채색실로 송나라의 문인이자 서화가인 미원장(米元章)을 수놓아 늘어놓고,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 때 맑고 밝은 명사들을 맞이해 시축(詩軸)과 화첩(畵帖)을 벌려놓는다.

반드시 먼저 향기로운 꽃을 주워 맑은 샘물에 띄우고 제사 지내 축원한다면, 이 날은 시정(詩情)과 화의(畵意)를 북돋아 도울 것이다. 이 순간 손님들을 문 앞에 오지 못하게 해 감흥을 깨는 것을 엄금한다. (재번역)

黃金鑄王摩詰 彩絲繡米元章 良辰美景 招佳明名流 排鋪詩軸畵帖 必先掇芳花泛潔泉 酹之祝 是日助詩情畵意 呵禁敗興客 不使來到門. 『이목구심서2』

시를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시정(詩情)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화의(畵意)다.

억지로 애써 하지 않고 단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을 가리켜 지극한 경지라고 한다.

시정(詩情)이 일어날 때 쓴 시보다 더 좋은 시가 있겠는가? 없다. 화의(畵意)가 일어날 때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그림이 있겠는가? 없다. 좋은 시인가 혹은 좋은 그림인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오로지 시정(詩情)와 화의(畵意)에 있을 따름이다.

시정(詩情)과 화의(畵意)가 살아 있다면 구태여 훌륭한 시인가 혹은 훌륭한 그림인가는 따져 볼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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