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畵家)와 백정(白丁)…일과 행동의 시작과 끝
상태바
화가(畵家)와 백정(白丁)…일과 행동의 시작과 끝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2.21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⑪
 

[한정주=역사평론가] 화가가 옷을 벗고 걸터앉는 모습은 시조리(始條理)다. 백정이 칼날을 잘 다듬어 보관하는 것은 종조리(終條理)다.(재번역)

畫史之解衣盤礴 始條理也 庖丁之善刀以藏 終條理也. 『선귤당농소』

시조리(始條理)는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종조리(終條理)는 ‘조리 있게 끝맺는 것’을 말한다.『맹자』‘만장 하(萬章下)’편에 나오는 말이다.

옷을 벗고 걸터앉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 화가가 취하는 첫 번째 덕목이다. 칼날을 잘 다듬어 보관하는 것은 짐승을 도살할 때 백정이 취하는 마지막 덕목이다.

글을 쓸 때를 가만히 생각해보라.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가장 어렵고 또한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가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화가나 백정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일과 행동 역시 그 시작을 화가의 마음과 같이 하고, 끝맺음을 백정의 마음과 같이 한다면 크게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