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死氣)와 생기(生氣)…자신을 알아주는 곳에 있는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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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死氣)와 생기(生氣)…자신을 알아주는 곳에 있는 인재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03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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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⑳
 

[한정주=역사평론가] 동이를 묻고 물고기를 기른다. 열흘이 지나도록 물을 갈아주지 않았다. 이끼가 끼어 마치 청동처럼 변해 사람의 옷을 물들일 지경이다.

금붕어도 온통 연록색이 되었다. 머리를 늘어뜨리고 비실비실 헤엄치고 있다.

시험 삼아 깨끗한 샘물로 갈아주고 먹잇감으로 붉은 벌레를 던져주었다. 마치 토끼를 쫓는 매처럼 생기가 돈다. 물 위로 반쯤 몸을 드러내고 서서 사람을 향해 말을 하려고 한다. (재번역)

埋盆養魚 旬日不換水 苔如靑銅 欲染人衣 金鯽渾身 作軟綠色 悶悶垂頭而游 試灌新泉 投紅蟲 無不如鶻逐兔 生氣勃然 或半身出水上立 欲向人語. 『선귤당농소』

살 수 없는 곳에 놓아두면 생기 넘치는 금붕어도 죽음에 이르고 살 만한 곳에 놓아두면 죽어가는 금붕어도 생기가 돌아온다.

금붕어만 그렇겠는가? 생명 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

사람은 어떤가? 자질과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있으면 아무런 쓸모없는 잉여 인간이 되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곳에 있으면 꼭 필요한 인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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