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리·감독 사각지대의 국가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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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관리·감독 사각지대의 국가보조금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2.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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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국가보조금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주인이 없다는 말이다. ‘국가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일반화돼 통용되고 있는 이유다.

최근 국가보조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부풀린 요양서비스 내역으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조금 1억원을 받아 챙긴 요양센터가 있는가 하면 국가보조금 신청을 불법으로 대행해주고 업체들로부터 50억대 수수료를 챙긴 공무원 가족까지 경찰에 붙잡혔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당시 설립돼 정권 실세들이 운영에 참여했던 교육단체까지 횡령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국가보조금 횡령은 하루이틀 사이에 벼락치기로 이뤄진 범죄가 아니다.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행해져왔다.

그러나 의심 한 번 받지 않고 신청만 하면 꼬박꼬박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들이 수수료까지 챙겼다고 하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표현이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결같이 ‘운이 없었다’, ‘우리만 부정수급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을 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국가보조금 횡령사건은 대체로 건당 억대에 이르는 규모들이 대부분이다. 우스갯말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의 보조금 횡령은 경찰이 손도 안 댄다는 말까지 들린다.

국가보조금 횡령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하지만 역량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실업급여와 인턴지원금 등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하는 각종 보조금의 부정수급이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제보를 받고도 사실상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국가보조금 횡령 수사는 대부분 제보에 의존하고 있다. 누군가 횡령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적발은 불가능하다.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횡령 규모가 적어 투입한 인원과 시간만큼 효율성이 떨어져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적발한다 하더라도 부정수급 보조금의 환수 정도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은 횡령 근절에 독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국가보조금 부정수급자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량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부정 수령한 보조금 원금은 물론 가산금을 더해 반환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법안만 강화한다고 부정수급 범죄가 사라지는 아니다. 관리·감독이 뒷전인데 처벌만 강화한다고 부정수급을 그만둘 이들이었다면 애초부터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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