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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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정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3.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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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로부터 촉발된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적정수준’에서 인상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정청은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터라 긍정적인 반응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정책연구원 경제정책심화과정에 참석해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 소득을 높여 소득을 늘리고 내수를 살려 그것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경제를 증강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을 이루는 새로운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 이상으로 법제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다음 국회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협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나서서 임금을 올리겠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오히려 정치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고 있다는 점에서 고마움까지 느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기업 목조르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손에 쥐어 주겠다는 공짜 떡인데도 왠지 달갑지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처음 거론했던 최경환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인금인상으로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최저임금만 인상되면 소비가 살아나 내수 회복이 금방이라도 가능할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 외에 내수를 살리기 위해는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개월째 0%대 행진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에 딴소리를 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도 한국은행을 압박하며 금리인하를 주문했고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LTV와 DTI 규제완화 정책으로 오히려 가계부채 규모를 늘려왔다. 그 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온갖 처방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올해 초에는 급기야 담뱃값 인상과 봉급생활자들의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꼼수증세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어주는 최저임금 인상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다.

경제전문가들조차 정부가 내수 진작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금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도 정부의 정책적 무능함을 임금인상이라는 카드로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시도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혹은 그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기 위해 포퓰리즘에 기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묘수를 꺼내들었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스스로가 책임지는 경제정책으로 경제주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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