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서로 닮은 사물이 있다…끝이 없는 박물학 지식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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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서로 닮은 사물이 있다…끝이 없는 박물학 지식과 정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26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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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㊶
 

[한정주=역사평론가] 말의 입술은 누에의 입술과 유사하다. 호도 씨는 장차 부화할 벌과 나비의 애벌레와 닮았다. 쥐의 꼬리는 뱀과 유사하다. 이(虱)는 마치 비파와 같다.

서캐(이의 알)는 흡사 황증(黃蒸)에 걸려 누렇게 되는 보리나 밀과 비슷하다. 푸른 색 줄무늬의 오이 껍질은 마치 황록색 줄무늬가 있는 개구리의 등과 닮았다. 박쥐의 날개는 소의 볼과 유사하다.

노루 꼬리의 밑동은 마치 매화나무와 살구나무의 술과 같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마치 대나무 대롱에 콩을 담아 흔드는 소리와 비슷하다. 등불은 흡사 파리의 눈과 같다. 겨울 소의 넓적다리는 소나무의 솔방울과 닮았다. 거미의 배는 사람의 엄지손가락이나 엄지발가락과 유사하다. 가죽나무 잎의 꼭지는 말의 발굽과 닮았다. 꽁보리밥은 개 파리 떼와 유사하다. (재번역)

馬唇類蠶唇 胡桃仁如將化之蜂蝶子 鼠尾類蛇 虱如琵琶 蟣似麥黃 綠斑苽皮如黃綠斑蛙背 夜明翅類牛晐 獐尾根如梅杏鬚 蟋蟀聲如竹筩搖荳 燈穗如蠅眼 冬牛髀如松子窠 蛛肚類人拇 樗葉蒂類馬蹄 白麥飯類狗蠅. 『이목구심서 2』

1770년(영조 46년) 어느 봄날 며칠 동안 이덕무는 박지원, 유득공과 함께 한양도성 일대를 유람했다. 이때의 일은 유득공의 ‘춘유성기(春遊城記)’라는 제목의 산문에 자세하게 남아 있다.

당시 유득공은 유람 도중 만난 수많은 초목(草木)에 대해 이덕무에게 물어본다. 이덕무가 대답하지 못한 초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득공은 이렇게 감탄했다. “청장관(이덕무)은 풀이름을 많이 안다. 나는 여러 가지 풀을 뜯어 물어보았다. 청장관이 대답하지 못하는 풀은 없었다. 거의 수십 종의 풀이름을 기록했다. 청장관은 어떻게 그토록 해박하고 고상할 수 있을까?”

그때 이덕무의 나이 30세였다. 그런데 여기 『이목구심서』에서는 짐승과 곤충과 벌레는 물론 풀과 나무까지 두루 대조해 서로 닮은 사물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서적과 문헌을 통해 얻은 지식을 단지 기록해 둔 것일까? 아니면 직접 관찰하고 탐구해 얻은 새롭고 독창적인 정보일까? 의아할 뿐이다.

이덕무의 박물학(博物學)이 섭렵한 지식과 정보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추적해볼 일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18세기 조선은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다시 발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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