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회나무…“아는 것이 오히려 아는 것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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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회나무…“아는 것이 오히려 아는 것을 방해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27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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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㊷
 

[한정주=역사평론가] 누가 소나무와 회나무는 굳센 기운을 지녀서 매미가 깃들지 않는다고 말했는가? 나는 일찍이 여름밤 1만 그루의 소나무와 회나무가 우거진 숲속 곳곳에서 매미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누가 호박(琥珀)에는 썩은 티끌이 붙지 않는다고 말했는가? 호박을 팔뚝 피부 위에 문질러 보라. 잠깐 동안에 뜨겁게 될 것이다. 그때 호박을 티끌 위에 대어보라. 티끌이 반드시 뛰어올라 호박에 달라붙는다.

썩은 티끌로 시험해보아도 다르지 않다. 단지 티끌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혹은 짐승의 털과 새의 깃털이나 혹은 실과 종이와 같은 가볍고 가늘고 작은 물건은 모두 달라붙는다. (재번역)

孰謂松檜有勁氣 不栖蟬耶 余嘗見夏月松檜萬章 處處蟬鳴 孰謂琥珀不受腐芥乎 以琥珀磨於腕肉上 乍有熱氣 垂於芥上 則芥必躍接 試以腐芥 則不擇也 不但芥 或毛羽或絲或紙. 『이목구심서 1』

‘경험과 인식의 오류’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아는 것만이 전부 인양 착각하는 오류다.

사람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보는 것이란 아는 것에 지배당한다는 뜻이다. 사물의 실체(實體)나 진상(眞相)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대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소나무와 회나무에 매미가 깃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소나무와 회나무 숲에서 매미를 보지 못한다. 혹 매미를 발견하더라도 특이한 경우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생각할 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호박에 먼지가 붙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 어떤 시험도 해보지 않는다.

아는 것이 오히려 아는 것을 방해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모든 것을 시험해보라. 자명(自明)하고 확실(確實)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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