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구름…뜻을 세우고 고요하고 담백하게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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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구름…뜻을 세우고 고요하고 담백하게 살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3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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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㊻
 

[한정주=역사평론가] 맑은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 순백의 구름으로 이형암(李炯菴)의 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재번역)

靑天中 一片純白之雲 分明是李烱菴知心. 『이목구심서 2』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변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변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오락도 즐기지 않고 가볍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성실하고 신중하며, 단정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세상의 풍속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세상 사람들은 너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여 그 후부터 입은 천박하고 상스러운 말을 내뱉고, 몸은 가볍고 덧없이 행동했다.

이렇게 사흘을 보내고 난 후 도저히 편하고 즐겁지 않자 “내 마음은 변할 수 없다. 사흘 전에는 내 마음이 가득 차 모든 일이 형통한 듯했는데, 그 후 사흘 동안은 공허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이기적인 욕심에 대해 말하면 기운이 빠지고, 산림에 대해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며, 문장에 대해 말하면 마음이 즐겁고, 학문에 대해 말하면 뜻이 가지런해졌다.

깨끗한 매미(蟬)와 향기로운 귤(橘)을 취해 뜻을 세우고, 고요하고 담백하게 살았다.

이덕무가 ‘자언(自言)’이라는 제목의 글에 새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이다. 순백의 구름과 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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