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품격…욕심 없고 순박했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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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품격…욕심 없고 순박했던 삶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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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㊿
 

[한정주=역사평론가] 최상(最上)의 사람은 가난을 편안하게 여긴다. 그 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최하등(最下等)의 사람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해 감추거나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을 호소하다가 가난에 짓눌려 끝내 가난의 노예가 되고 만다.

또한 최하등보다 못난 사람은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간다. (재번역)

太上安貧 其次忘貧 最下諱貧訴貧 壓於貧僕役於貧 又最下仇讐於貧 仍死於貧. 『이목구심서 2』

가난한 사람에게도 품격과 품위가 있다.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가난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바로 그렇다. 가난하지만 부귀와 권세와 이익 앞에 비굴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그렇다.

부귀와 권세와 이익 앞에 당당했던 이덕무의 삶과 철학은 자호(自號)에 잘 나타나 있다. 그 하나가 ‘선귤당(蟬橘堂)’이라면, 다른 하나가 ‘청장관(靑莊館)’이다.

선귤당은 ‘매미(蟬)’과 ‘귤(橘)’을 취해 지은 자호다. 이덕무는 말한다. “내가 예전 남산 부근에 살고 있을 때 집의 이름을 선귤이라고 하였다. 집이 작아서 매미(蟬)의 허물이나 귤(橘)의 껍질과 같다는 뜻에서였다.”

작고 초라한 집에 살면서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했던 이덕무의 기백이 잘 드러나 있다.

청장관은 이덕무가 죽음을 맞은 곳이다. 생전 그의 글과 기록을 모두 모아 엮은 책의 제목 또한 다름 아닌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이다. 이덕무를 대표하는 자호이자 당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청장관’을 호로 삼은 까닭은 무엇일까? 박지원은 이렇게 증언한다. “청장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 이 새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데, 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쪼아 먹는다. 그래서 신천옹이라고도 한다. 이덕무가 청장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욕심 없고 순박했던 이덕무의 삶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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