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天敵)…오래된 상식과 믿음 뒤집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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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天敵)…오래된 상식과 믿음 뒤집는 자연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0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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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51)
 

[한정주=역사평론가] 닭의 크기가 쥐보다 10배가 된다. 쥐가 닭을 씹어 배 속까지 뚫고 들어가도 닭은 피할 줄을 모르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두 눈을 멀뚱히 뜨고 아무 일이 없는 듯하다.

뱀은 지네보다 백배나 크다. 지네가 뱀을 쫓으면 뱀은 달아나지 못하고 기운이 빠져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엎드려 있다.

지네가 입으로 들어가면 곧 뱀이 죽는다. 지네는 뱀의 살이 모두 썩어야 나온다.

쥐가 또 거위와 오리를 뚫는데, 거위와 오리가 피할 줄을 알지 못한다. 돼지·고양이·거위가 모두 뱀을 즐긴다.

닭은 두꺼비 새끼를 통째로 삼키기를 마치 물마시듯 한다. 거미 오줌이 지네에게 닿으면 지네가 물이 되고, 달팽이 침이 지네에게 묻으면 지네의 발이 다 떨어진다.

달팽이는 전갈(全蝎)도 제압한다. (재번역)

雞之大十倍於鼠也 鼠直啖雞肉 穿入腹中 而雞不知避 亦不小動 兩目湛然若甘心者 蛇之大百倍於蜈蚣也 蜈蚣逐蛇 蛇不能走 氣沮如痴 張口而伏 蜈蚣入其口 須臾蛇死 肥肉皆壞爛而始出 鼠又穿鵝鴨 鵝鴨不知避 猪猫鵝皆嗜蛇 雞活呑蟾子如飮水矣 蜘蛛溺沾蜈蚣 蜈蚣化爲水 蝸牛涎繞蜈蚣 蜈蚣足盡落 蝸牛亦伏蝎. 『이목구심서 1』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상대적(相對的)이고 가변적(可變的)이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닭은 쥐보다 열 곱이나 크지만 쥐에게 잡아먹힌다. 뱀은 지네보다 백 곱이나 크지만 지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지네는 거미의 오줌에 물이 되고, 달팽이의 침에 발이 모두 떨어져 나간다. 심지어 달팽이는 전갈까지 제압한다.

자연은 사람의 오래된 상식과 믿음을 순식간에 뒤집어엎곤 한다. 자연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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