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간재(敦艮齋) 권대재…“세상을 향한 새로운 뜻을 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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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간재(敦艮齋) 권대재…“세상을 향한 새로운 뜻을 펴는 곳”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08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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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63)
▲ 경기도 안양의 돈간재.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중거(仲車). 효종(孝宗)과 숙종(肅宗) 연간에 활동한 문신이다.

남인과 노론 및 소론의 당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벼슬을 한 탓에 집권 세력이 바뀌는 환국(換局) 때마다 부침(浮沈)을 거듭했다.

특히 남인이 최대 정적인 송시열의 처벌을 둘러싸고 강경파인 청남(淸南)과 온건파인 탁남(濁南)으로 분열할 때 청남의 편에 서서 송시열의 처벌을 적극 주장했다.

전라도관찰사, 사간원 대사간, 사헌부 대사헌, 호조판서 등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친 남인 청남 계열의 실력자였다.

그의 호 ‘돈간재(敦艮齋)’는 한때 벼슬에서 물러나 지금의 경기도 안양 병산(屛山) 아래에 터를 잡고 한가롭게 살 때 지은 서재의 이름이기도 하다.

『주역(周易)』 간괘(艮卦)의 상구(上九)에서는 ‘돈간지길(敦艮之吉)’, 곧 간(艮)에 돈독하게 함이니 길(吉)하다고 밝히고 있다. 간(艮)은 ‘그치다, 머무르다’는 뜻이므로 곧 간(艮)은 그침이 거처할 곳을 얻은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는 ‘간(艮)’에 대한 보다 더 구체적인 해석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종만물시만물자 막성호간(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 곧 ‘온갖 사물의 끝마침과 온갖 사물의 시작함은 간(艮)보다 더 왕성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물과 불이 서로 이르고 우레와 바람이 서로 거스르지 않고 산과 연못이 기운을 통한 다음에 마땅히 변화를 일으켜 온갖 사물을 성취시킨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간(艮)에 돈독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돈간재(敦艮齋)’는 단순히 그침이 거처할 마땅할 곳을 얻은 것에 멈추지 않고 또한 온갖 사물을 시작하게 하고 융성하게 하는 곳이라는 뜻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거두어 거처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새로운 뜻을 펴는 곳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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