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五臟)의 형상은 얼굴의 형상과 닮았다
상태바
오장(五臟)의 형상은 얼굴의 형상과 닮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18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64)
 

[한정주=역사평론가] 신장(腎臟) 두 개는 마주 붙어 있는 형상이다. 바깥쪽은 원형으로 구불구불하고, 안쪽은 굽어있고 오목하다. 이러한 까닭에 양쪽 귀는 마주 붙어 있고 바퀴 구멍 형상으로 되어 있다.

폐(肺)는 아래쪽으로 늘어져 있다. 이러한 까닭에 코의 자리는 아래로 꼿꼿하게 달려 드리워져 있다.

심장(心腸)의 끝부분은 약간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혀는 그 형세를 따라 세로 방향으로 누워 있고 또한 혀의 끝은 약간 뾰족한 형상을 하고 있다.

비장(脾臟)과 위장(胃臟)은 서로 닿아서 마찰하는 형세를 하고 있다. 비장은 가로 방향으로 위장을 감싸고 있다. 이것은 입술의 형상과 비슷하다. 간(肝)에는 모서리가 있다. 이것은 눈의 형상과 닮았다. (재번역)

腎兩顆對着 形外逶迤以圓內曲凹 故兩耳對着 輪竅象之 肺下垂 故鼻之地位懸垂也 心之端少指南 故舌從其勢而縱偃且稍尖也 脾胃互有磨勢 而脾橫包胃 是唇之象也 肝有稜 象眼也.『이목구심서 3』

오장(五臟)이 위치하고 있는 순서를 말하면 비장(脾臟)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복부의 안쪽을 말하면 신장(腎臟)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폐골(蔽骨)인 구미(鳩尾 : 명치)에서부터 모제(毛際)의 곡골(曲骨)에 이르는 곳이 모두 복부이다. 배꼽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배꼽의 바로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신장과 서로 바라보고 있다.

대저 사람이 처음 형상을 이룰 때 하거(河車) 곧 태반(胎盤)이 먼저 응결한다. 그 중앙에 한 개의 줄기가 돌출해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제체(臍蔕) 곧 탯줄이 된다.

제체(탯줄) 중앙에 하나의 점인 정혈(精血)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신장이 된다. 그 다음 차례로 비장(脾臟)이 되고 간(肝)이 된다.

이렇게 하여 신장은 배꼽과 더불어 서로 안과 밖으로 마주하고 있다. (재번역)

以五臟位次而言之 脾居中央 以腹之部內言之 腎居中央 自蔽骨鳩尾至毛際曲骨 皆腹也 臍恰居中間 直北與腎相望 大抵人之初成形 河車先凝 其中一莖突生 是爲臍蔕 臍蔕中有一點精血 是爲腎 次第爲脾爲肝 是腎與臍 相爲表裡對冲也.『이목구심서 3』

선비가 왜 의학과 인체 특히 사람의 장기(臟器)를 이토록 깊이 탐구했을까? 사람들은 대개 철학은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학문이고, 의학은 인간의 몸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인간의 몸과 정신은 본질적으로 일체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과 습성과 행태를 알려고 한다면 철학과 의학을 모두 배우고 익히고 깨우쳐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철학을 알아야 인간의 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의학을 알아야 인간의 정신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서 였을까? 18세기 일본의 철학사와 지성사를 풍미한 지식인들 가운데에는 의사 출신이 많았다.

1773년 서양서적을 번역한 최초의 일본 서적인『해체신서(解體新書)』는 의사 스키타 겐파쿠(杉田玄白)의 주도로 번역되었다. 일본의 근대 지성사는 이 책의 번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체해부학서인 의학 서적 한 권이 일본의 철학사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탈아입구(脫亞入口)’라는 근대 일본의 철학과 일본인의 심성 구조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더욱이 이보다 60년 전인 1713년에는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이라는 의사가 총 105권 81책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최신 일본 백과사전인『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를 편찬하기도 했다.

데라시마 료안은 이 백과사전의 첫 머리에 의사가 세상의 온갖 사물에 관한 지식과 정보에 해박해야 하는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위로는 천문(天文)을 알아야 하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알아야 하고, 가운데로는 인사(人事)를 알아야 한다. 천문과 지리와 인사에 두루 밝은 연후에야 가히 사람의 질병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마치 눈을 감은 채로 밤에 나가 노는 것과 같을뿐더러 발이 없는 사람이 산에 오르고 물을 건너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나는 이러한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지혜롭지 못하고 민첩하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생각하지 않고 틈나는 대로 일본과 중국의 옛 서적과 문헌을 두루 섭렵(涉獵)하였다. 멀리 귀로 들은 것을 구하고 입으로 전해져 온 것을 배우면서 대개 30여 년 동안 찾아서 증거가 분명한 것은 그 요점과 본령을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또한 형상이 있는 것은 각기 그림을 그려서 바야흐로 지금 105권의 책을 완성하였다.”

『이목구심서』에 남아 있는 의학과 인체에 관한 이덕무의 관심과 기록 역시 마땅히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