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과 비방…“머리 숙이거나 마음 낮추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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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략과 비방…“머리 숙이거나 마음 낮추려 하지 않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0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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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76)

[한정주=역사평론가] 마음을 화평하고 기뻐하며 온화하고 평온하게 가져서 거역함이 없이 순리에 따르는 것이 바로 인생의 큰 복력(福力)이다.

마음을 관대하고 평안하며 고요하게 지니면 추울 때도 더울 때도 나를 침범하지 못한다. 옛사람이 불길에 뛰어들어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는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천하의 가장 상서롭지 못한 일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방해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덧붙이는 짓이다. 그러나 아무런 근거도 없는 비방은 필경 곧바로 탄로 나는 법이다.

이때 비방을 듣는 사람이 만약 떠들썩하고 어지럽게 자신의 결백을 변명하기라도 하면 역시 시끄럽고 복잡하게 될 뿐이다. 또한 비방의 경중(輕重)을 가려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재번역)

措心和悅溫平 無拂逆其順適 是人生大福力 持心要寬平安靜 寒暑有時乎不入 古之人入火不焦 入水不濡云者 指此也 天下之最不祥 以無根之謗 橫加於人也 然其所謗 畢竟卽綻 聞謗者若紛紛辨白 亦系燥擾也 且有輕重 尤審愼. 『이목구심서 3』

모략한들 어떻고, 비방한들 어떻겠는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나는 백호 윤휴의 “천하의 진리는 한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옛 사람의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차라리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쓸쓸하게 살아갈망정 끝내 ‘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 세상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이 세상이 좋아하는 대로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마음을 낮추려고 하지 않았다.”

서계 박세당이 스스로 지은 묘지명에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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