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유산다툼, ‘화해’ 담금질···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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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유산다툼, ‘화해’ 담금질···가능성은 ‘글쎄’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2.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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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항고심 결과 서운···이건희, 화해 진정성 여전히 의심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삼성가(家)의 유산상속소송이 법정 라운드를 끝내고 대화 테이블로 옮겨간다.

1·2심에서 패소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만 2년에 걸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형제간 소송전에 이어 사적 테이블로 협상이 옮겨지는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26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소송 기간 내내 말했던 화해에 대한 진정성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어떤 오해도 없길 바란다”며 “소송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도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를 통해 “원고 측의 상고 포기로 소송이 잘 마무리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은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가족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양측이 발표한 입장만 놓고 본다면 2년에 걸친 법정 다툼 내내 이맹희 전 회장이 제의했던 ‘가족 간 화해’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정에서 벗어나 가족간의 대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오랜 앙금을 씻고 화해를 이룰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화해 가능성은 여전히 난망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맹희 전 회장은 상고를 포기하면서도 항소심 결과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고, 이건희 회장 역시 화해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제척기간 적용 등에 대한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특히 피고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원고가 미필적 인식하에 양해하거나 묵인했다는 판단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도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가 “가족 간의 화해를 얘기하면서 요란하게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대화창구나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참 실망스럽다”고 말해 당장 화해로 가는 대화 테이블 가능성은 낮게 전망되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과 재계에서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겉으로는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맹희 전 회장의 속내와 함께 이건희 회장의 정체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맹희 전 회장은 애초 상고를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장녀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또 이건희 회장도 화해 제의에 응할 경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적통 문제와 후계 정통성 문제 등 후폭풍을 고려하면 쉽게 테이블에 마주 앉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데 대해 CJ그룹 측은 삼성그룹의 역할론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하고 있어 감정의 골은 소송 당사자였던 이미 두 사람을 넘어 그룹간 다툼으로까지 번져있다.

이 같은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설사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재산을 둘러싼 다툼에서 대화로 화해까지 이룬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미 그룹분할을 통해 경영권 정리까지 마무리된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형인 이맹희 전 회장의 제안과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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