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에 빠진 피케티 논쟁…그래도 “피케티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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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빠진 피케티 논쟁…그래도 “피케티가 옳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7.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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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는 『21세기 자본』이 한국에 상륙했던 지난해 9월 이후 토마 피케티는 재계와 보수 진영은 물론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재계와 보수 진영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누진적 자본세 도입에 반발했고 보수진영은 재분배정책을 통한 불평등 완화를 주장할 뿐 오히려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시장과 능력주의를 신봉한다며 피케티를 거부했다.

그러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다보면 그가 계급갈등을 선동하는 마르크스주의자도, 시장경제나 경제성장을 반대하는 무조건적인 평등주의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세습된 부에 의한 불평등의 심화를 능력주의 관점에서 비판하며 개방적인 경쟁적인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책 처방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즉 자본주의의 중심모순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는 불평등이 누적돼 세습자본주의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간 『피케티 어떻게 읽을 것인가』(한울)는 국내외에서의 ‘피케티 논쟁’과 ‘피케티 열풍’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학자들이 진영논리에 빠져들고 있는 피케티 이론의 오해를 해소한다.

학계의 피케티 관련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바 있는 유종일 KDI 교수는 보수진영의 피케티 비판에 대해 소득세와 상속세의 최고세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전후 황금시대에 성장률이 전무후무하게 높았던 피케티의 역사 자료를 제시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만능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던 IMF가 지난해 봄 발표한 ‘재분배, 불평등, 그리고 성장(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에서 순불평등이 낮을수록 성장률이 높고 성장의 지속기간이 길며 재분배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불평등이 오히려 성장을 해친다는 것은 이미 이 분야 연구의 세계적 대세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피케티가 주장하는 과세 또한 누진과세로서 자본축척의 동력을 줄여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유 교수는 강조한다.

피케티 이론을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국경제에 적용함으로써 소득불평등이라는 현실도 들여다본다.

유종일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재벌의 세습경영이 공고화돼 있는 한국에서 기회균등은 꿈같은 말”이라며 “불공평은 불평등 자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능력과 노력, 심지어 운에 의해 생기는 불평등이라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지만 부모의 부와 지위에 의해 대물림되는 불평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태생에 의해 기회가 제한된다면 꿈을 키우고 노력함으로써 생겨나는 역동성과 성장 동력마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들은 피케티의 수치와 공식 하나하나에 반론을 제기한 여러 학자들의 논란에 대한 입장과 함께 피케티의 수치에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수리모형에 빠져 있던 경제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통해 부익부의 동학을 밝혀내고 현실과 괴리된 경제학자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치 대안을 제시한 사회과학자라는 면에서, 신신고전파 경제성장이론을 확립해 노벨상을 받은 원로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의 말처럼 “피케티가 옳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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