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백면서생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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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백면서생의 개혁’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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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경영쇄신안 “헛발질에 자기발등까지 찍어”…“당연한 원칙들이 포스코는 쇄신안”
▲ 16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쇄신 실천다짐 선서를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회장 취임 1년4개월 동안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백면서생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쇄신안이었다.”

지난 15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경영쇄신 방안과 불황대응 대책을 담은 ‘혁신POSCO 2.0’ 전략을 발표하자마자 포스코 안팎에서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권 회장의 무능과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에 비난과 우려를 먼저 쏟아냈다.

내용도 1년4개월 전 취임 당시 발표했던 ‘혁신POSCO 1.0’전략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재탕’ 수준에 그쳤다. 특히 기업이라면 당연히 지켜지고 행해졌어야 할 원칙들이 쇄신안으로 포장·발표된 데 대해서는 재계 관계자들까지 아연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도 포스코 주가는 쇄신안이 발표됐던 15일 2.63%(5500원)가 내린 20만3500원에 마감했고, 16일에는 2.95%(6000원)가 빠진 19만7500원을 기록하며 20만원선이 무너졌다. 종가 기준 포스코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6년 1월20일의 19만6500원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16일(현지시각) 포스코 주식예탁증서(ADR·종목코드:PKX) 가격은 전날보다 3.41% 밀려 종가 기준 지난 2008년 10월 말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 혁신의지 낮고 진정성 의심

20일 포스코와 재계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이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포스코 혁신에 대한 의지보다는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지난 1년4개월 동안 권오준 회장의 경영능력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백면서생의 개혁이 포스코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부의 반발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평가에 오히려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쇄신안과 함께 홍보실이 배포한 ‘해설자료’에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포스코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한 데 대해 포스코 안팎에서는 “현실인식에 대한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혹평했다.

해설자료에 따르면 올초까지만 해도 권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혁신 포스코 1.0’은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2~3월을 지나면서 포스코플랜텍, 포스하이알 등 계열사들의 경영부실이 표면화됐고, 급기야 포스코건설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50년 가까이 견고하게 쌓아왔던 사회적 신뢰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게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권 회장의 경영능력으로 개혁이 성과를 발휘하면서 포스코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좋아졌지만 검찰수사로 이 같은 성과는 사라지고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왜곡한 채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게 포스코 내부 직원들의 반응이다.

포스코 한 직원은 “권 회장은 취임 이후 포스코 내에 만연해 있던 정준양 전 회장 재임 5년 동안의 부정비리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척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덮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포스코건설 베트남 비자금 조성사실을 적발한 포스코건설 감사팀은 임원 9명과 직원 24명에 대한 징계와 검찰 고소·고발을 건의했지만 포스코 경영진은 이를 묵살했다.

또한 검찰이 압수수색한 코스틸에 대한 특혜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감사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자와 만나 “이미 내부에서 코스틸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면서 “감사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특혜라는 사실과 함께 경영진에게도 보고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절차가 진행 중인 포스코플랜텍(구 성진지오텍)에 대한 지난해 12월 29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도 사업구조 효율화와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경영과제로 제시한 권 회장의 경영방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업계 한 관계자도 “검찰수사에 앞서 권오준 회장이 먼저 내부비리 척결과 과거의 악습·폐단 등에 칼을 들이댔다면 지금과 같이 포스코가 검찰수사를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권 회장이 헛발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 발등까지 찍은 자평”이라고 꼬집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회장의 ‘헛발질’과 ‘제 발등 찍기’는 5대 경영쇄신안 발표 당시 모두발언을 통해 설명한 3가지 추진배경에서도 드러났다.

권 회장이 설명한 3가지 추진배경은 첫째 글로벌 철강수요 감소와 가격의 대폭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 둘째 예상 이상으로 심각한 부실·적자 사업의 규모의 그룹 전체 부실화 확대 가능성, 셋째 검찰 조사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이다.

3가지 이유 모두 권 회장과 현 경영진의 잘못보다는 외부 환경 악화와 과거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14일 정기주총에서 8대 회장에 선임될 당시 일성으로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미 1년4개월 전 업황 불황을 인식하고 극복방안까지 마련하겠다고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결국 헛발질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권 회장 스스로가 토로한 셈이다.

두 번째 이유 역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사업구조 효율화’를 외쳤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자기변명에 불과했다.

◇ 거꾸로 읽는 5대 경영쇄신안

이어 발표된 5대 경영쇄신안은 권 회장 취임 이후에도 포스코가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었는지를 반증한다.

권 회장이 직접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먼저 ‘사업포트폴리오 내실 있는 재편성’은 지난해 3월 혁신 아젠다 중 가장 우선으로 꼽았던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와 두 번째로 꼽았던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한다는 내용을 그대로 재탕한 것이다.

또 “사업적합도, 핵심역량 보유, 시장 매력도를 기준으로 분석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중단, 매각, 통합 등의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했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권 회장은 취임 당시 공언했던 이 같은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데 대한 반성도, 책임도 일절 없다. 오히려 그 책임을 두 번째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임원 43명을 인사조치했다.

권 회장의 경영무능력을 계열사 사장과 비리 혐의 경영진에게 전가한 것이다. 또한 거꾸로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투자 실패와 경영부실 관련 임원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았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로 내세운 ‘인적 경쟁력·공정인사 구현’도 순혈주의가 만연하고 능력이 없어도 승진하는 관례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반증이다.

특히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지적된 ‘거래관행 투명·시장지향적 지향’과 ‘윤리경영’은 포스코 안팎에서는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비웃음을 사고 있다.

계열사를 비롯한 모든 거래는 100% 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이번 선언은 지금까지 경쟁이 아닌 경영진의 친분에 의한 수의계약이 만연해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청탁도 개입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포스코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만 하면 그 자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은 것과 같다‘는 소문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금품수수·횡령·성희롱·정보조작의 4대 비윤리 행위자에 대해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바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 역시 이 같은 행위가 반복적으로 묵인되고 있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서 당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들이 포스코에서는 당연하지 않았고 비일비재했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내용들을 경영쇄신안이라고 내놓은 것 자체가 국민기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동안 포스코가 자행해온 경영행태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직원 메일에서 드러난 부패

실제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12월6일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 임직원들에게는 한 통의 메일이 전달됐다.

11월14일 불법적 부당대기발령과 12월5일 징계면직에 반발한 원료실 소속 권 모씨와 우 모씨가 공동으로 보낸 이 메일에는 지위고하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랐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메일에서 2012년 혹은 2013년 캐나다 이사회에서 경영진들이 1000만원 규모의 가라오케를 빌려 젊은 현지 한국 여자들을 섭외해 이사회 멤버 접대 사실을 폭로했다. 근거로는 당시 선발대로 간 원료실 직원들의 증언을 제시했다.

모 부사장은 자녀 결혼식에 사사로이 마케팅 총괄팀원들을 동원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청접장을 돌린 사실도 적었다.

또한 권 회장 취임 이후 향응·접대·골프 등에 연루된 10명의 명단과 대가성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있는 1명의 명단, 이해관계자 유착관계 의혹을 제기한 6명의 명단도 함께 제시하며 인사상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해관계자와 직원을 통해 고가의 시계를 구매 청탁한 모 전문위원이 권오준 회장 면담 직후 인사조치 대상에서 빠진 사실도 공개했다.

◇ 내부 썩은 고름에 눈 감은 권오준 회장

포스코는 이번 5개 경영쇄신안은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포스코 비상경영쇄신위원회가 매주 2차례씩 20번의 회의를 거쳐 최종 완성됐다고 밝혔다. 또 권 회장이 직접 다듬었다고 강조했다.

사내외 이사 전원과 가치경영실 등 주요 부서 및 계열사 대표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쇄신위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권 회장에게 모두 사표를 제출해 일반적인 회의에 참석하던 때와는 자세가 달랐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포스코의 자평과 달리 외부에서는 내부의 썩은 고름을 보고도 눈을 감은 권오준 회장이 위기를 부르고 키웠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는 현실인식은 포스코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개혁돼야 할 당사자들이 개혁을 외치는 한 위기극복과 신뢰회복이라는 당면과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포스코라면 실행보다는 말만 앞서는 작년과 같은 구호성 쇄신안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포스코는 여전히 외부환경 탓만 하면서 매년 똑같은 위기를 겪을 것이고 똑같은 내용의 쇄신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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