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모양일까?”···흔해 빠진 물건들의 디자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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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모양일까?”···흔해 빠진 물건들의 디자인 이야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2.2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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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의 모양에는 나름 역사가 있다.
세계 IT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은 한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에 밀려 파산에 직면했던 적이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주력으로 했던 애플은 2000년 아이포드라는 새로운 디자인의 MP3를 출시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쇠락의 길을 걷던 애플이 기사회생한 배경은 바로 ‘디자인 경영’이었다.

소비자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한 뒤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사물의 외형을 포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상품의 가치를 대변하는 유용한 수단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의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전 세계가 ‘디자인 경영’을 주목하기 이전부터 디자인의 본성과 힘, 그 가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이를 깊이 연구해온 디자인공학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디자인이 공학기술과 인간의 감성이 결합된 총체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대중에 널리 알리기 위해 공학적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디자인 경영의 근본 패러다임을 공학기술로 접근해 분석하고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의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탐구한 것이다.

한 개의 갈퀴를 가진 나이프가 네 갈퀴의 포크로 탄생하기까지, 전장(戰場)에서 권총을 쏘아 먹어야 했던 통조림을 집에서 한 손으로 간편하게 열기까지, 추위를 피해 옷을 여미기 위한 동물의 뼈가 진화해 단추가 되기까지,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이 창조한 500여 가지의 망치가 만들어져 칼 마르크스를 깜짝 놀라게 하기까지 디자인은 작지만 위대한 의미가 담긴 인공물의 역사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건의 수는 2만종이 넘는다.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만 500만 개의 새로운 물건이 특허를 받았다.

인공물의 다양성은 모든 면에서 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놀랍다. 생물이 분화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우리가 별 의미 없이 여겼던 물건들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발전해왔다.

“1867년 칼 마르크스는 영국 버밍엄의 공장에서 생산된 500여종의 망치가 각 산업이나 공예 부문에 알맞게 특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평범한 연장이 이처럼 다양한 변형으로 불어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종류의 물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의 책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는 그러한 인공물의 진화 과정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작은 물건에 큰 뜻이 숨어 있다’는 그의 말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쓸모가 많은 물건들의 발명과 디자인에 얽힌 사회적·기술적 요인 및 배경을 분석해 모든 인공물의 발명, 창조, 혁신에 요구되는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적포도주는 어둡고 목이 긴 병에 담는가, 알루미늄캔의 밑바닥은 움푹 들어갔는가, 지퍼는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가, 통조림 캔은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가 등등 시시콜콜해 보이는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공학 디자인의 본질을 파고 든다.

“나이프 두 개를 사용하는 식사법은 투박하고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때는 가장 세련된 식사법으로 여겨졌다.

중세시대에는 최고로 격식 있는 만찬 자리에서 양손에 나이프를 하나씩 들고 식사를 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에 든 나이프로 고기를 고정하고 오른손에 든 나이프로 고기를 적절한 크기로 썰어 나이프 끝으로 고깃점을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러나 끝이 날카롭고 뾰족한 나이프로 고기를 붙잡고 있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양손으로 나이프만 사용해서 스테이크를 먹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정할 나이프로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붙들고 있으려면, 고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꽤 애를 써야 한다.

또 나이프로 고기를 찍으려고 하면 피겨스케이팅을 하듯 그 자리에서 고기가 빙글빙글 돌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손가락을 쓰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와 같은 여러 불편함과 결함 때문에 포크가 개발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물건들의 유래를 소개하는 단순한 해제를 뛰어넘어 물건들에 얽힌 특허 과정을 면밀히 탐구함으로써 기술적인 변화를 낳는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이미 존재하는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감이라는 사실을 밝혀준다.

즉 인공물의 형태는 항상 잠재되어 있거나 실제로 드러난 결함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실패에 대응하려는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 원칙이 모든 발명, 기술혁신 및 창조를 지배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발명가, 혁신가 및 엔지니어들을 이끄는 힘이다.

그리고 여기에 다음과 같은 추론이 뒤따른다.

완전한 물건은 있을 수 없으며 완전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조차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완전한’ 인공물은 어디에도 없다. 미래의 완전함이란 시제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실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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