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만 자른 조양호 회장의 사과…조현아 퇴진 외에는 ‘모두 그대로’

여승무원·사무장 등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너그러운 용서’만 강조

2014-12-12     한정곤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발표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입장발표가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12일 오후 1시30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물어 “조현아 전 부사장을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며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저를 나무라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사과는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잘못도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을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는 하면서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서비스 매뉴얼 보완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무언가 잘모소됐으면 게속 고치는 게 저희 회사”라고 일축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로 제기돼 왔던 오너 일가의 반복적인 폭언 재발 방지 문제 역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이 전 세계의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국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는 것과 관련 공적인 자리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고민하는 모습도 없었다.

IOC 위원을 꿈꾸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까지 내놓기에 아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조 회장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여승무원과 사무장은 물론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추상적인 국민을 향해서만 고개를 숙였다.

오직 “대한항공 회장으로, 조현아 애비로 너그러운 용서”만 바랄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입장 발표를 접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사과한 것 맞나” 하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대한항공 직원은 “지금까지 사내에서 벌어진 총수일가의 온갖 폭언은 조현아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뭔가 쇄신책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도 이날 조 회장의 입장 발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국토부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비난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하면서도 오히려 역풍을 우려했다.

대기업 임원은 “일주일 동안 총수 일가에 대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폭로에 가까운 불만을 조 회장은 전혀 듣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