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상고대 보며 심신 정화 제격…횡성군 최고봉 태기산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61) 등산이라고 하기엔 밋밋…남녀노소 눈 산행 기대치 충족

2023-01-18     이경구 사진작가
[사진=이경구]

맹추위와 눈폭탄이 덥쳐 온산이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이다. 등산화를 동여매는 동안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찬 공기 속에서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로 접어든다.

횡성군 청일면과 둔내면 그리고 평창군 봉평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태기산(1261m)에 오른다.

양두구미재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6번 국도상에 있는 양두구미재는 횡성에서 평창으로 넘어가는 해발 980m의 고개. 고개에서 등반을 시작하는 산행지는 표고차가 낮아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임도 트레킹에 가깝다.

[사진=이경구]

눈 덮인 하얀 은세계의 양두구미재 도로변에 차를 두고 사박사박 눈길을 걷는다. 눈앞에 환상적인 설원이 펼쳐진다. 짙은 눈안개가 무겁게 내려앉아 먼산은 흐릿하지만 눈앞에는 상고대와 눈꽃이 소복소복 쌓여 눈부신 은빛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양구두미재를 뒤로하고 줄곧 임도를 따라 오른다. 겉모습과 달리 순한 포장길이다. 몇 번의 풍력발전기를 지나 30분 오르니 바람개비 동산에 닿는다. 임도길 좌우로 조망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지만 오늘은 곰탕 하늘이라 트인 조망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이경구]

여기서 20여분을 산보하듯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태기분교다. 과거 화전민들의 마을이 있었던 곳이다. 태기분교는 현재 생태탐방로를 겸한 관광 코스로 탈바꿈했다. 태기분교 터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1.2km 남는다.

임도길 따라 느릿느릿 눈을 밟으며 트레킹 로드를 따라 오른다. 태기산은 엊그제부터 내린 눈으로 풍부한 적설량이 빚는 설경의 극치를 보여준다. 편안하게 펼쳐지는 길을 따라 올라 태기산 정상에 도착했다.

태기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며 바로 아래 넓은 공터에 정상석과 전망대가 함께 있다. 아쉽게도 질은 안개에 탁 트인 뷰는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 길에 든다.

[사진=이경구]

겨울 눈꽃 산행지로 인기가 많은 태기산은 횡성군의 최고봉으로 고도가 높아 적설량이 풍부하며 봄까지 녹지 않고 눈꽃과 상고대를 보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에 더 없이 좋은 산이다.

등산이라고 하기엔 밋밋하지만 널찍한 임도의 평지길은 걸음이 수월해 남녀노소 누구나 눈산행의 기대치를 한껏 충족하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