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가을 서리…절제된 표현과 간략한 묘사가 주는 강한 여운과 여백의 미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⑫

2015-02-22     한정주 기자

[한정주=역사평론가] 봄비는 윤택해 풀의 싹이 돋는다. 가을 서리는 엄숙해 나무 두드리는 소리에 낙엽이 진다. (재번역)

春雨潤 草芽奮 秋霜肅 木聲遜. 『선귤당농소』

지봉 이수광은 시나 문장은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알아야 좋다고 말했다.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치지 못한다면 중언부언(重言復言)이고 횡설수설(橫說竪說)에 불과할 따름이다.

산문보다 더 긴 시도 좋고, 시보다 더 짧은 산문 역시 괜찮다. 어떤 장애도 없고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소품문이 추구하는 진정한 정신이자 가치다.

오히려 극도로 절제된 표현과 간략한 묘사는 어떤 글보다 강한 여운과 여백의 미(美)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