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幾何) 유금…“서양에서 들어온 유클리드 기하학에 탐닉하다”

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77)

2015-04-26     한정주 기자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연옥(連玉) 또는 탄소(彈素). 연암 박지원을 따른 북학파의 일원이었으며 『발해고』의 저자로 유명한 유득공의 작은 아버지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의 호를 보면 당시 실학자들이 얼마나 외부에서 들어온 새로운 학문과 지식에 깊이 심취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는 재미나게도 ‘기하(幾何)’라는 호를 썼다.

유득공의 말에 따르면 유금은 “고대 중국에서 만든 천문 산술서(算術書)인 ‘주비(周髀)’, 곧 『주비산경(周髀算經)』의 학술을 좋아하여 방문 위에다 ‘기하(幾何)’라고 편액을 붙이고, 그 방에서 조용히 사색에 잠겨 혼개(渾蓋: 천문)의 학설을 미루어 헤아려 매우 깊이 연구를 하곤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하선생(幾何先生)’이라고 불렀는데, 기하(幾何)란 숫자를 따져 밝혀낸다는 말이다”고 밝혔다.

유금은 북학파 그룹 중에서도 서양의 자연과학에 관심이 높았는데, 특히 서양에서 들어온 유클리드 기하학에 탐닉했던 자신을 가리켜 ‘기하(幾何)’라고 불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