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沆瀣) 홍길주…“깊은 밤중에 내리는 맑은 기운”

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84)

2015-05-04     한정주 기자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헌중(憲仲). 그의 집안인 풍산 홍씨(洪氏)는 19세기 한양의 최대 명문가 중 하나였다.

그의 친동생 홍현주는 정조의 딸인 숙선옹주와 혼인해 영명위(永明尉)에 봉해졌고, 그의 친형 연천 홍석주는 좌의정에까지 올랐다. 그의 할아버지 홍낙성은 영의정, 아버지 홍인모 역시 우부승지의 고위 관직을 역임했다.

그러나 홍길주는 일찍부터 벼슬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오직 독서하고 사색하며 저술하고 글을 짓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알고 살았다.

이로 인해 - 비록 생전에는 3형제 중 가장 한미했지만 - 오늘날 19세기를 대표하는 명문장가로 3형제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호 ‘항해(沆瀣)’는 신선이 마시고 산다고 전해오는 ‘깊은 밤중에 내리는 맑은 이슬(기운)’을 뜻한다.

19세기 경화사족(京華士族)을 대표하는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벼슬에 대한 뜻을 버리고 독서와 사색을 통해 독창적이고 참신한 문장과 글쓰기를 추구했던 홍길주의 맑은 삶을 떠올리게 하는 호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