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뜻…“애써 참으려 해도 표현하게 돼 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93)

2015-05-20     한정주 기자

[한정주=역사평론가] 간사한 소인(小人)의 흉중에는 마름쇠 1곡(斛 : 열 말)이 들어 있다. 속된 사람의 흉중에는 티끌 1곡(斛)이 들어 있다.

맑은 선비의 흉중에는 얼음 1곡(斛)이 들어 있다. 강개(慷慨)한 선비의 가슴속은 온전히 가을 빛 속의 눈물이다.

기이한 선비의 흉중에는 심폐(心肺)가 갈라지고 뒤엉켜서 모두 대나무와 돌을 이루고 있다.

대인(大人)의 가슴속은 평탄하여 아무런 물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번역)

壬人胷中 有鐵蒺藜一斛 俗人胷中 有垢一斛 淸士胷中 有氷一斛 慷慨士胷中 都是秋色裡淚 奇士胷中 心肺槎枒盡成竹石 大人胷中 坦然無物. 『선귤당농소』

마음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뜻은 애써 참으려고 해도 표현하게 되어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든지. 그 마음을 도저히 감출 수 없고, 그 뜻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나오는 말과 글이 바로 진실한 말이고 참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