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관찰…진화의 무지개
상태바
자연의 관찰…진화의 무지개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24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37)

[한정주 역사평론가] 박쥐는 10분의 6이 쥐이고 부엉이는 10분의 4가 고양이다. 전음(全陰)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밤에는 보고 낮에는 잠복하니 어둡고 습한 것을 좋아한다.

풀 끝에 감이 열리고 나무 끝에 연꽃이 피니 이것은 식물(植物)의 변체이다.

산호수(珊瑚樹)는 나무인데 돌 같은 것이고 음정석(陰精石)은 물로서 돌이 된 것이다.

부평(浮萍)은 뿌리가 없는데 물에 있어 잎사귀가 피고, 토사(兔絲)는 뿌리가 없는데도 나무에 붙어 덩굴을 맺는다.

蝙蝠 六分鼠也 鵂鶹 四分猫也 受全陰之氣 故夜視晝伏 好昏濕也 草頭結柿宲 木末發蓮花 是植物之變體也 珊瑚樹 木而如石者也 陰精石 水而成石者也 浮萍無根 緣水而開葉 兔絲無根 依樹而結蔓. 『이목구심서 1』

다양성은 자연의 본성이다. 이것과 저것, 곧 정상과 비정상, 본종(本宗)과 이종(異種), 본체(本體)와 변체(變體)를 분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이성의 사유방식일 뿐이다.

어떤 것이 더 만물의 이치에 가까운가? 자연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연의 본성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본성인 다양성의 시각에서 보면 정상과 비정상, 본종과 이종, 본체와 변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암컷과 수컷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암컷이면서 수컷인 것도 있고, 수컷이면서 암컷인 것도 있다. 나무이면서 돌인 것도 있고, 풀이면서 꽃인 것도 있다. 채소면서 과일인 것도 있다. 조류이면서 포유류인 것도 있다. 고체이면서 액체인 것도 있고, 액체이면서 기체인 것도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이면서 여자인 사람도 있고, 여자이면서 남자인 사람도 있다.

백인과 흑인과 황인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인이면서 흑인이고, 백인이면서 황인이고, 흑인이면서 백인이고, 흑인이면서 황인이고, 황인이면서 백인이고, 황인이면서 흑인이기도 하다.

자연과 생명과 진화의 세계는 흑백의 논리가 아닌 무지개의 논리로 보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