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농협 비리, 꼬리 밟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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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했던 농협 비리, 꼬리 밟혔나?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07.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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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리솜리조트 대규모 대출 관련 최원병 회장 역할 주목
▲ 서울 농협중앙회 본사. 원안은 최원병 회장.

검찰 등 사정기관 주변에서 각종 비리의혹이 무성했던 농협의 수상한 거래가 꼬리를 밟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서울 논현동 리솜리조트 본사와 충남·충북 계열사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 등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한 데 따른 것이지만 관심은 농협의 비정상적인 대출에 더 쏠리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리솜리조트에 대한 농협의 대출 규모가 1649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한 리솜리조트의 재무구조에도 농협의 대규모 대출이 이어졌고 현재 상환 규모도 전체 대출금의 14%인 23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농협 내부의 ‘보이지 않은 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과 리솜리조트의 첫 대출거래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규모는 132억원으로 당시 리솜리조트는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후에도 농협은 2006년 182억원, 2007년 457억원, 2008년 469억원 등 대출 규모를 늘렸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251억원, 1260억원을 리솜리조트에 대출해 줬다.

이처럼 농협이 대출 규모를 늘려가는 동안에도 리솜리조트의 경영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 2008년 271억원에 이어 2012년 86억원, 2013년 1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013년에는 부채비율이 1400%에 달해 2014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검찰과 농협 안팎에서는 리솜리조트에 대한 무리한 대출 배후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회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대출을 지시했다는 내부 제보를 입수하고 검찰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최원병 회장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2007년 12월 농협중앙회 회장에 선출돼 2011년 연임을 통해 현재까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포항 동지상고 동문인 최 회장은 회장선거 당시는 물론 취임 이후에도 MB 정권 실세들과의 유착의혹을 받아왔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포스코건설과 경남기업 비리수사가 시작됐던 올해 초 농협으로 기업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실제 농협 비리와 관련한 사정기관에 수차례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부 제보자가 나타난 적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언을 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사정바람이 농협을 시작으로 다시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번 수사가 최원병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포스코건설과 경남기업에 이어 MB정권 유착기업들에 사정칼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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