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자본주의’의 상식을 깨부수다…『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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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자본주의’의 상식을 깨부수다…『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8.0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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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40대 중후반대 샐러리맨들은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다.

일에 쫓기며 하루하루 기계처럼 되풀이되는 도시에서의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소일 삼아 텃밭을 가꾸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귀촌인구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2년 이래 지난해까지 110% 증가했다. 이는 귀농인구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많은 샐러리맨들은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후준비를 압박하는 매스컴의 협박에 오늘도 여전히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일터로 향한다. 시골생활을 하더라도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말 돈이 있어야 여유 있는 귀촌생활이 가능할까.

일본총합연구소 조사부 주석연구원이자 일본정책투자은행 특임고문인 모타니 고스케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 잠자고 있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스템인 ‘산촌자본주의(里山資本主義)’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산촌자본주의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함으로써 경제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다. 여기서 ‘里山’은 마을 숲, 마을 산 등을 의미한다.

즉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구축된 ‘머니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돈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발상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대안 자본주의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모타니 고스케의 저서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에서는 실제로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岡山縣眞庭市)에서 산촌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또 등장인물들은 모두 만족한다고 답한다.

예를 들어 나뭇조각이나 톱밥 등의 목재폐기물을 압축해 펠릿(pellet)이라는 연료를 만들어 난방과 취사를 하며 에너지 수입 없이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다. 펠릿을 이용한 친환경 스토브는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이것으로 밥을 지으면 전기밥솥에 짓는 것보다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밥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또한 대기업 전력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의 섬에서 잼 가게를 개업한 젊은이는 그 지역의 감귤 등을 원료로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사례도 소개된다. 그 가게는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는 이른바 맛집으로 주말에는 줄을 서서 잼을 구매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향토음식을 지역축제에 활용하고 복지시설은 지역 외부에서 식재료를 구매하지 않고 지역에 사는 노인들이 텃밭에서 가꾼 단호박, 양파, 감자 등을 재료로 구매하며 경작포기농지에 물을 끌어와 거기서 물고기를 양식해 지역의 식재료로 활용하는 등 산촌자본주의를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실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산촌자본주의가 현대인의 생활을 이전의 농촌처럼 자급자족의 생활로 돌려놓자는 주의나 주장은 아니다. 돈을 매개로 복잡한 분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사회에 등을 돌리라는 것도 아니다.

숲이나 인간관계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최신 기술을 더해 활용하면 돈에만 의지하는 생활보다도 훨씬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한, 안정된 미래가 출현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꿈꾸는 것이 바로 산촌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이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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