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경제 성장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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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경제 성장의 적이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3.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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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 신간 『약자를 위한 경제학』

경제학자들은 대개 보수적이다. “가장 급진적인 경제학자도 가장 보수적인 사회학자보다 보수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경제학자들은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놓고 한 실험에서 경제학 전공자들은 60%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걸 택했다. 반면 비전공자들은 60퍼센트가 서로 협조하는 걸 택했다.

실제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학 교수들은 교수들 중에서 가장 기부를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이기심을 강조하는 경제학의 학문적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이기적인 사람들이 경제학을 선택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오른쪽 경제학’, 즉 현재 주류인 우파 경제학은 사람의 경쟁과 이기심을 강조하며 그에 기반해 경제 정책을 제안한다. 소수의 승자에게 큰 인센티브를 주며 사기업과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그런 방향이 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불평등은 결국엔 경제 성장을 저해하며 경쟁만을 강조하면 효율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의 여러 경제 현상을 짚으면서 약자를 위하는 경제학이 ‘옳은’ 경제학임을 역설한다.

▲ 지난해 11월23일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 열린 고 최종범(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엔지니어)씨의 죽음에 대해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제공)
경제학계에서는 불평등을 경제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이 있어야 경쟁이 활발해지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대99의 사회에 면죄부를 줘왔다.

그러나 이정우 교수는 『약자를 위한 경제학』에서 과도한 불평등이 경제위기를 가져온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전통적으로 소득편차가 큰 직종인 배우·가수·스포츠 스타뿐만 아니라 재계까지 보상체계가 극심한 불평등을 보이니 미국 전체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싹쓸이 사회’라는 향기롭지 못한 별명을 갖게 되었다.

각종 기발한 금융파생상품이 다투어 개발된 것도 천문학적 크기의 물질적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도 이런 불평등한 보상체제가 촉발한 면이 있다. 엄청난 보상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냉철한 기업가, 금융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1929년과 2008년, 빈부격차가 사상최대로 벌어졌을 때 경제공황이 닥쳤다는 것이 이정우 교수의 통찰이다.

“미국에서 최고 10% 부자의 소득 몫은 대개 35% 정도인데 공화당 정권의 연이은 경제실정으로 1920년대 말에는 50%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대공황을 맞았다. 이 비중이 다시 50%로 치솟은 것은 80년 뒤 부시 임기중이었다. 레이건과 부시의 경제정책은 1920년대와 판박이처럼 같았다. 작은 정부·부자감세·규제완화·친기업·반노조가 그것이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사상최고로 커졌고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세계적 불황이 닥쳤다. 역사는 80년을 사이에 놓고 정확하게 반복했다.”

그간 신자유주의 혹은 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부자들을 위하는 정책이 여러 나라에서 추진됐다. 한국 역시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크게 강조되었다. 기업이 잘 활동해야 경제가 나아진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친기업적인 정책이 외려 경제를 망치고 반기업적인 태도가 정부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감세, 규제완화, 반노조 등으로 대표되는 친기업 정책이 소수에게만 부를 집중시키고 시장의 투기와 과열을 불러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기업 또한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감원과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기업은 생산성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말한다.

“해고를 남발하는 회사에서는 노사간에 신뢰가 깨지고,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약삭빠른 행동, 즉 단기적·전략적 행동에 몰두하므로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해고의 칼날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쫓겨난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즉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빠져 인간관계가 나빠지며 생산성이 지체된다고 보는 연구가 있다.

실제로 감원과 구조조정을 남발하는 회사가 심각한 내부 갈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점을 다 감안하면 해고는 결코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도 있듯이 어려울 때일수록 인간존중의 경영철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위에서는 손해를 보고 아래에서 이득을 보는 ‘손상익하’의 경제가 종국적으로 더 건강한 경제 시스템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약자를 위한 경제가 좋은 경제라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부자감세·토건경제·비정규직 확대·민영화 등을 비판하고 최저임금 상승·노동권 강화·소득분배율 개선이 국민경제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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