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위안(慰安)하는 방법…“진솔하게 감정 분출해야”
상태바
슬픔을 위안(慰安)하는 방법…“진솔하게 감정 분출해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19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47)

[한정주 역사평론가] 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여 오직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만 싶고 한 치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진다.

다행히 내가 두 눈알을 지녀 자못 글자를 알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자위(自慰)하며 보노라면 조금 뒤엔 좌절되던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만일 내가 눈이 비록 오색(五色: 청황·적·백·흑)을 볼 수 있지만 서책에 당해선 깜깜한 밤 같았다면 장차 어떻게 마음을 쓰게 되었을는지.

哀之來也 四顧漠漠 只欲鑽地入 無一寸可活之念 幸余有雙眼孔頗識字 手一編慰心看 少焉 胸中之摧陷者乍底定 若余目雖能視五色 而當書如黑夜 將何以用心乎. 『이목구심서 2』

슬픔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슬픔을 잊으려고 한다. 그러나 슬픔이란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슬픔을 위안하는 방법은 슬픔 속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다른 감정으로 슬픔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 감정으로 참된 감정을 덮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그 슬픔은 언제 어느 곳에선가 다시 자신을 덮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슬픔 속에서 슬픔을 위안할 방법을 찾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슬픔이 닥쳤을 때 거짓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고 슬퍼할 수 있는 한 실컷 슬퍼하라는 말이다. 슬픔이 지극해지면 비로소 슬픔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만 그렇겠는가? 모든 감정 또한 이와 같다. 기쁘면 실컷 기뻐하고, 즐거우면 실컷 즐거워하고, 화가 나면 실컷 화를 내고, 두려우면 실컷 두려워하고, 좋아하면 실컷 좋아하고, 미워하면 실컷 미워해야 한다.

거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차라리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더 낫다. 자신에게도 정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정직한 감정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