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근심을 해소하는 방법…“차라리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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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근심을 해소하는 방법…“차라리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만 못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21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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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49)

[한정주 역사평론가] 번뇌스러울 때 눈을 감고 앉았으면 눈동자 속이 하나의 착색(著色)한 세계가 되는데 붉었다 푸르렀다 검었다 희었다 하는 광채가 어른거려 형용할 수 없다가 조금 있으면 뭉게뭉게 이는 구름처럼 피고 또 조금 있으면 푸른 파도처럼 되며, 또 조금 있으면 무늬 있는 비단처럼 되고, 또 조금 있다간 부서진 꽃송이처럼 되며, 어느 때는 구슬이 번쩍이듯 하고, 어느 때는 좁쌀이 흩어진 듯하여 잠시 동안에 변했다 없어졌다 하며 그럴 적마다 새 판이 생겨 족히 한 바탕의 번잡한 근심을 해소하게 된다.

煩惱時 闔眼坐 睛瞙之間 作一着色 世界 丹綠玄素煜流蕩 不可以名 一轉而爲勃勃之雲 又一轉而爲瑟瑟之波 又一轉而爲纈錦 又一轉而爲碎花 有時而珠閃 有時而粟播 變沒須臾 局局生新 足可銷一塲繁憂. 『이목구심서 2』

번뇌와 근심을 해소하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방법 중의 하나가 명상이다. 넓게 보면 참선도 명상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수백 가지의 명상법이 등장해 마치 세상 모든 번뇌와 근심을 말끔히 씻어줄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지만 내게는 마치 다이어트 상품처럼 명상 역시 하나의 상품이 되어 판매하고 소비되는 것처럼 보인다.

명상이란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들여다보라.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하는지 살펴보라. 그러다보면 번뇌와 근심이라는 게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번뇌와 근심의 이유와 원인과 그 해소하는 방법조차도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을 관찰하는 지점, 곧 관점(觀點)의 변화와 전환에 따라 번뇌와 근심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불가(佛家)나 도가(道家)나 유가(儒家)의 심성 수양은 별반 차이가 없다. 자신의 명상 방법이 최고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상을 상품으로 팔아먹기 위해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거짓말이자 사기행위일 뿐이다.

구태여 거창하게 따질 필요도 없이 여기 이덕무의 명상법 또한 수많은 명상법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좋다. 많은 돈을 들여 훌륭하고(?) 값비싼 명상법을 산다고 번뇌와 근심이 없어지겠는가? 차라리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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