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을 비판하다”…OCI미술관, 김구림·김영성 2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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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을 비판하다”…OCI미술관, 김구림·김영성 2인展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8.2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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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림, 음과 양 11-S.43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아크릴, 200x100cm, 2011

OCI미술관은 2015년 특별 기획전으로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과 극사실주의를 구사하는 젊은 작가 김영성의 2인전을 개최한다.

전시의 제목이 된 ‘그냥 지금 하자’는 시대의 유행, 조건 등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정신을 함축한 말이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성찰한다는 의미로 동시대 미술의 진의를 짚어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핑계와 조건 없이, 현재, 행동’이라는 중요한 삶의 지침들을 상기시킨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김구림·김영성 두 작가는 작품에서 ‘문명’과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이들은 물신(物神)주의, 획일적인 대중문화 등을 낳은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가진다.

특히 두 작가 모두 물질문명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표상하기 위해 의미가 상충되거나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개념과 요소들을 작품 안에서 결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로 인간의 신체, 자연의 요소들과 기계 부속품 등 문명의 산물들을 이질적으로 병치해 문명 속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암시한다는 점이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사진, 오브제, 페인팅을 자유롭게 활용한 해체적인 콜라주와 입체의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도 공유한다.

▲ 김구림, 음과 양 8-S. 155,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아크릴, 162x226cm, 2008

김구림은 이미 1960~70년대부터 실험영화, 대지미술, 메일아트, 개념미술, 퍼포먼스 등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새긴 수많은 작품들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고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1980년대부터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 문명 등 상반되는 여러 개념과 이미지, 상황들을 포용하는 우주적인 의미의 ‘음양’(陰陽)사상을 구축해 이후 전 작업의 근간으로 이어가고 있다.

문명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김구림의 생각은 문명이 자연 그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관한 탐구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작품 ‘진한 장미’에서는 우리가 현 시대에서 깨달아야할 인간 본연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 김영성, 無·生·物, 혼합 재료, 70x70x210cm, 1995

김영성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생명체들이 ‘생명 없는 물체’와 뒤섞여 그 생을 위협받는 물질문명 사회의 양상을 함축하는 ‘무·생·물(無·生·物)’ 개념을 작품을 통해 꾸준히 탐구한다.

초기에는 주로 인간과 동물의 신체와 인공물이 어우러진 입체, 설치, 콜라주 작품에 집중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달팽이, 개구리 등의 작은 생명체를 극사실회화로 표현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대의 해체적인 콜라주, 입체 작업을 비롯해 근작으로 치밀한 묘사가 인상적인 극사실회화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생명에 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 속 형식의 변화를 두루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 주로 훼손된 신체와 건축물, 산업 폐기물 등의 요소들을 결합해 인간에게 드리워진 문명의 그림자를 다소 직접적으로 표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장이 드러나도록 박제한 고양이를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기둥 안에 놓은 입체 작품 ‘無·生·物’(1995)과 인간과 동물의 시체 사진 위에 전자기판, 부품 등 기술문명의 잔해와 검은 폴리코트를 드리핑한 콜라주 연작들을 대표적으로 선보인다.

시체의 형상들과 문명을 상징하는 네온사인, 검은 폴리코트, 부품 등을 이질적으로 병치함으로써 문명사회 안에서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김영성, 無·生·物,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2014

작가는 수십 자루의 세필과 캔버스로 사투를 벌여 보잘것없이 여겨지는 생명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봐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먹는 유리컵, 스푼 등을 결합한 것도 이들이 식용, 실험용, 관상용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김영성은 대상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지기 위해 극사실의 기법을 사용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가장 작은 이들이 의기양양한 주인공이 되는 세계를 그려낸다. 물신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여겨질 수 있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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