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소설과 여색과 담배…“미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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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소설과 여색과 담배…“미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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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3)

[한정주 역사평론가] 나는 나면서부터 뜻이 없고 스승이 없어 고루(固陋)하고 과문(寡聞)한 사람이다.

백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능한 것이 없는 중에 더욱 무능한 것이 넷이 있다. 곧 바둑을 둘 줄 모르고, 소설을 볼 줄 모르며, 여색을 말할 줄 모르고, 담배를 피울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는 비록 종신토록 할 수 없다 해도 해롭지 않다.

만약 내가 자제들을 가르친다면 마땅히 먼저 이 네 가지를 못 하도록 지도하겠다.

我生而無志無師 迂陋寡聞之人也 百無一能之中 有尤所不能者四焉 曰不能博奕 曰不能觀小說 曰不能談女色 曰不能吸烟 然此四者 雖終身不能無傷也 使我敎子弟 當先以此四不能導之矣. 『이목구심서 3』

‘담배 마니아’였던 이옥은 ‘담배의 경전’인 『연경(煙經)』을 썼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서책을 저술한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담배에 벽(癖: 편벽)이 있다. 나는 담배를 몹시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남들이 비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령을 부려 자료를 정리하여 저술을 내놓는다. 내가 담배를 기록하여 저술한 의도는 옛 사람이 저술한 『주록(酒錄)』이나 『화보(花譜)』의 뜻과 거의 부합한다고 자부한다.”(재번역)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옥의 『연경』을 통해 담배와 관련한 조선의 거의 모든 역사와 풍속을 알 수 있다. 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의 차이와 결과가 이러하다.

‘불광부득(不狂不得)’, 미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싫어한다면 그쪽으로 아예 고개도 돌리지 말아야 하고, 좋아한다면 차라리 미치도록 좋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싫어하든 좋아하든 비로소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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