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4)
[한정주 역사평론가] 바둑은 두지 않는 것으로 고아함을 삼고, 거문고는 타지 않는 것으로 신묘함을 삼고, 시는 읊지 않는 것으로 기이함을 삼고, 술은 마시지 않는 것으로 흥취를 삼는다.
매양 두지 않고, 타지 않고, 읊지 않고, 마시지 않는 의사가 어떤 것인가를 상상해본다.
棋以不着爲高 琴以不彈爲竗 詩以不吟爲奇 酒以不飮爲趣 每想其不着不彈不吟不飮之意思何如耳. 『선귤당농소』
일찍이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는 거문고와 시와 술을 좋아하는 자신을 ‘심할 혹(酷)’ 자와 ‘좋을 호(好)’ 자를 취해 ‘삼혹호(三酷好)’라고 불렀다. 세 가지를 심하게 좋아하는 자신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재미난 호(號)이다.
그런데 이덕무는 거문고와 시와 술에다가 바둑까지 더해 그것들을 흥취로 삼지 않는 자신의 의사(意思)를 상상한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누구인가?
이규보이다. 구태여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할 필요가 있을까?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뜻이 움직이는 대로 살면 될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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