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白馬)를 백마라 단정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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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白馬)를 백마라 단정하지 말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9.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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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5)

[한정주 역사평론가] 천리마의 한 오라기의 털이 희다고 해서 미리 그것이 백마(白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온몸에 있는 수많은 털 중에서 누른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어찌 사람의 일면만을 보고 그 모두를 평가하랴.

不可以驥之一毛之白 而預定其爲白馬也 安知其渾身億千萬箇毛 或有黃處黑處乎 豈徒見人之一偏而論斷其大全哉. 『이목구심서 4』

‘일반화의 오류’란 부분을 갖고 전체 인양 착각하는 잘못을 말한다. 사물의 일부나 단면을 두고서 모든 것이 그렇다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역시 ‘능양시집 서문(菱洋詩集序)’이라는 글에서 ‘까마귀’에 비유해 ‘일반화의 오류’를 통쾌하게 반박한다.

“까마귀를 보라. 세상에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나 홀연히 유금(乳金)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녹색 빛을 반짝거리기도 하고, 더욱이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튀어 올라 번득이다가 비취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두고 푸른 까마귀라 해도 좋을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본래부터 그 새에게는 일정한 빛깔이 존재하지 않는데, 먼저 내가 눈으로 빛깔을 정했을 뿐이다.

어찌 눈으로만 결정했겠는가? 보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먼저 그 빛깔을 정한다.”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의 눈과 마음을 갖추고 세상 만물과 우주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백마를 백마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이덕무의 말은 꽃을 ‘붉을 홍(洪)’이나 까마귀를 ‘검을 흑(黑)’ 한 글자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박제가와 박지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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